[음악]중국에 불고있는 한류 열풍

  • 입력 2001년 2월 12일 19시 08분


중국 대륙에 부는 한국 대중문화 바람인 ‘한류(韓流)’가 또다시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한 공연기획사가 ‘H.O.T’ ‘베이비복스’(사진) ‘구피’ 등 인기 가수들의 중국 공연을 추진했다가 공연 당일 취소한 이후 주춤했던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이 조만간 재개되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부는 이 해프닝 이후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을 당분간 허락하지 않는다’며 일체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류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신신인류(新新人類)’로 불리는 중국 신세대들 사이에서 한국가요는 인기 절정이다.

왕푸징(王府井)이나 차오양(朝陽)공원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베이징(北京)의 명소에는 힙합 바지에 ‘H.O.T’ 머리모양을 한 10대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국 가수들이 끼는 반지도 대인기다.

중국 당국도 한류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4,5월쯤 한국 가수 공연 제재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에 맞춰 여러 공연들이 준비되고 있고 한국가요 팬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편집자주>

한국의 문화관광부는 10월을 ‘한국문화의 달’로 정해 ‘베이비복스’‘H.O.T’와 국립발레단 등의 주요도시 순회공연을 위해 중국 당국과 협의 중이다. 이에 앞서 베이비복스는 5월 베이징 구이린(桂林) 등 5개도시 단독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크게 히트한 ‘하니(HONEY)’를 부른 박진영,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TV드라마 ‘미스터Q’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스타가 된 김민종, 역동적인 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박진영 등이 ‘2001년판 한류버전’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이들의 노래를 담은 ‘한류 2집’이 베이징에서 인기리에 나돌고 있다.

지난달 18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이색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서울에 가서 3개월간 ‘지옥훈련’을 하며 한국풍을 익힌 중국가수들이 무대를 만든 것이다.

이날 등장한 가수들은 남자 6인조 그룹 ‘TNT’와 여자 3인조 ‘YK.B’, 여성솔로 ‘애니’ 등 모두 10명. 한국 신세대풍으로 ‘포장’된 이들은 빠른 춤과 노래, 전위적인 동작으로 중국의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튿날 베이징만보(北京晩報)는 타블로이드판 전면을 할애해 “노동자체육관은 10대들의 열광의 바다가 됐다”고 평했다.

<中 '新新인류' 한국 연예인 따라하기 열풍 분다>

한류가 중국 대륙에 몰아친 것은 2∼3년 전부터. 한국 가요와 드라마들이 TV에 방영되면서 중국인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사랑은 뭐길래’ ‘별은 내가슴에’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은 ‘한미(韓迷,한국마니아)’로 불리는 한국팬들을 만들어냈다. ‘안녕 내사랑’으로 김희선과 안재욱이, 최진실은 ‘질투’로 중국 대륙에서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에 힘입은 임경옥은 중국 TV드라마 제작사와 출연 계약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도 CCTV 제8채널에서는 ‘첫사랑’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고, 충칭(重慶)에서는 ‘가을동화’가 한창이다.

한국 노래와 문화를 소개하는 라디오 고정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베이징에서 ‘서울음악방송실’을 꾸리고 있는 미디어플러스사는 지난 해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10개 도시 FM방송국에 매일 한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4월부터는 TV 고정 프로그램도 생긴다. 일주일에 한번씩 유선방송으로 전국에 한국의 연예가 동정과 영화 풍물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인터넷에도 ‘한류기지’ ‘한성(漢城)음악청’ 등 한국 가요를 소개하는 사이트나 한국가수들의 홈페이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사이트에는 “조선반도에서 온 가수들이 중국대륙에 순정과 열정의 가풍(歌風)을 가져왔다” “‘NRG’를 너무 사랑하는 자신이 밉다”는 팬레터도 올라있다.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약 4000만명.

중국 TV들도 한류 소개에 열심이다. 지난 연말 베이징TV는 한류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추적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댄스음악의 수준이 매우 높고 다양하며 볼거리가 풍부한 점이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당분간 한류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어 학습붐과 함께 한국음식, 한국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가 한국 상품의 소비를 촉발시키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i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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