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성일/정부회계도 복식부기로 바꿔야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41분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공공부문 개혁이 단행됐고 우리 정부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정부 개혁은 행정개혁과 재정개혁으로 구분되는데 우리의 현실은 행정개혁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비롯해 민간위탁, 규제완화, 정부활동의 성과측정, 행정서비스헌장, 개방형 인사제도 등은 대표적인 행정개혁 프로그램들이다.

이에 비해 예산회계제도, 조세제도와 보조금제도, 기금제도, 공공지출, 채무발행 등을 포괄하는 재정개혁은 확고한 거시적 틀과 구체적 이행계획을 갖추지 못한 채 단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금은 재정개혁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며, 시급성이나 중요성으로 볼 때 예산회계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예산회계제도는 행정환경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산 편성이 객관적인 비용과 수익의 추정에 기초하지 않아 예산운영의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점, 국민이 낸 세금의 구체적 사용명세를 밝혀야 할 결산심의에 정부 자산과 부채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결여돼 있는 점, 예산집행 결과를 다음 예산에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돼 있는 점 등이 구체적인 문제들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정부회계가 현금주의에 기초한 단식부기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 정부활동의 비용―편익 비교와 성과를 측정하고 재정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현상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회계제도의 세련된 모습은 아니다. 정부예산회계제도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예산회계제도 개혁은 정부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중장기적 안목에서 정부회계제도를 발생주의에 기초한 복식부기제도로 바꾸고 성과중심 예산제도의 도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정부활동의 원가 및 산출물에 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예산회계제도의 채택은 행정의 효율성 증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만드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둘째, 정부의 공공 책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회계제도가 모든 행정활동을 사실대로 반영하고 재정상태와 운영실적을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체제로 변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 국민과 기업이 부담한 세금의 돈 가치가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고, 정책결정권자들이 유용한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할 수 있고, 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예산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예산회계의 투명성이란 국민이 알려고 하거나 알아야 할 재정정보에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거나 정부가 친절하게 보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명성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첩경이자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열린 통로임을 명심해야 한다.

임성일(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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