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중국 뇌물반환용 은행계좌 계설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5분


‘뇌물 반환 전문 은행계좌가 세계 금융사상 처음으로 탄생했다.’

부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에서 고안된 이 금융계좌명은 ‘581’. 중국어로 ‘우바야오’로 읽히는 이 계좌는 ‘워부야오(我不要·갖지 않겠다)’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된 것.

이 계좌를 처음 개설한 곳은 뇌물사건이 빈발하기로 이름난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최근 3, 4년 사이에 시 부서기와 2명의 부시장, 3명의 비서장, 4명의 은행지점장 등 100여명의 간부들이 뇌물사건으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 계좌는 이 때문에 마련된 신종 뇌물 퇴치방안인 셈.

닝보시 천옌화(陳艶華) 당서기는 “자료라고 받은 봉투를 뜯어 보니 거액의 돈이 들어 있다”면서 “되돌려주려 해도 상대방에게 바로 연락이 닿지 않아 난감하기 짝이 없을 때 581계좌로 입금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저축실명제 실시로 입금시 실명을 기입해야 하지만, 이 계좌만은 입금자의 신원과 소속을 밝히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닝보시가 이 계좌를 개설 지난해 1월 이후 신고된 금액은 모두 106만8000위안. 적게는 몇백 위안에서 많게는 12만위안짜리 ‘뇌물’까지 입금됐으며, “이로 인해 80명의 간부가 목숨을 건졌다”는 게 천서기의 설명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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