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정복자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정복자/메리 레놀트 지음/강현석 옮김/322쪽 8000원/도서출판 사피엔티아

알렉산더 대왕(BC 356∼BC 323년). 그는 우리에게 두 가지 얼굴로 나타난다. 그리스에서 페르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정복자, 동서양 문화를 아우르는 헬레니즘의 안내자.

그렇지만 그가 부왕(父王) 필리포스 2세의 피살로 왕위를 계승했을 때만 해도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내에서 패권을 다투는 국가에 불과했다. 마케도니아는 어떻게 당시 ‘선진국’이던 아테네, 스파르타를 제압했을까? 알렉산더의 군대가 수십배 영토와 군사를 가진 동방의 페르시아를 이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풍운아 알렉산더 대왕의 야망과 사랑을 통해 그 비밀을 파헤친 역사소설이다.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던 어린 시절부터 33세로 죽을 때까지, 길지 않았지만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영웅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묘미는 알렉산더 외에도 당시 그의 조력자이거나 적이었던, 당대를 주름잡았던 인물들과의 가볍지 않은 만남에 있다. 아테네의 위대한 정치가 데모스테네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왕, 알렉산더의 스승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공연하는 배우로 알렉산더를 연모한 데탈로스….

방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내면 묘사가 2300여년 전의 과거로 사라졌던 제국의 숨결을 다시 살려낸다.

83년 작고한 영국 출신의 저자 메리 레놀트는 이 책과 ‘왕은 죽는다’ 등으로 고대 그리스의 남성적 세계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여성 작가다. 이 시대에 천착해온 작가답게 꼼꼼한 주석(註釋)이 역사 논문을 연상시킨다. 이번에 출간된 첫권에 이어 2002년까지 3부작 9권이 출간될 예정.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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