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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8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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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 잘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 됐어요"
그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다니던 부동산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신이 직접 닷컴기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8달 전의 일이고 지금은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핸드스프링이나 퀄컴 같은 블루칩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갈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의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미국청년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닷컴버블이 심했던 우리의 경우 더 많은 호브스키의 닮은꼴을 양산했을지도 모른다.
CNN닷컴은 7일(현지시각) 이 같은 미국청년의 경험담을 소개하고 지난 해 버블붕괴로 참담함을 안겨줬던 주식시장으로부터 배운 교훈 5가지를 소개했다.
1.주식 고르기는 어렵다
한동안 주식 고르기는 참 쉬웠다. 해야되는 일이라곤 주식을 사서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톰슨 파이낸셜 증권에 따르면 1999년 상장기업의 평균주가는 194%나 상승했다. 그러나 2000년에는 27%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른바 온라인 주식거래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가져왔다. 그저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면 모든 것이 잘 돼갔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주식 고르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우량주를 고르는 일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부지런함을 요구했다.
와튼스쿨의 금융전공 제레미 시겔교수는 "개별종목을 고르는 일은 어렵기 마련"이라며 이같은 일이 끈기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뮤추얼펀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이는 검증된 펀드매니저들에 의해 주식을 고르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
그렇다고 개인이 스스로 주식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찰스 스왑의 투자조사역인 마크 리프는 "개인이 추구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든 좋은 소식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찾거나 분석하는 일이 매우 저렴하고 쉬워졌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이 같은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2.블루칩을 사고 보유하는 것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1999년까지 돈버는 공식은 간단했다.
△일단 가격을 불문하고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산다△꼭 쥐고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한다△오르면 적절한 시점에서 판다△이를 되풀이한다
그러나 2000년에는 이 공식이 깡그리 부서졌다. 우량주인 프록터&갬블은 23%하락했고 AT&T는 66%나 빠졌다. 심지어 GE도 최고치 대비 23%나 하락했다.
뉴욕에서 자동차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빌리 레일리는 자신의 노후생활을 위해 시스코, 루슨트,등의 우량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무려 30%의 자산폭락을 경험한 그는 "이렇게 우량한 기업의 주식도 폭락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이 회사들의 주식을 평생 보유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변한 것은 바로 이 '평생'이란 개념이다. '블루칩을 사고 보유하라'는 이야기는 '블루칩을 사고 방치하라'는 의미와 다르다. 주식 중개회사인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앨런 스크래인카는 "만약 당신이 순수한 다우존스지수에 편입된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면 당신이 가진 것은 낡은 고물 안테나와 얼음 방직회사등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많은 일반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의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지만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장기투자는 위험천만한 관념이다. 5년만에 주가가 5670%나 상승한 컴퓨터 제조업체 델을 생각해보라.
시겔교수는 "야후나 아마존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려고 구입한 사람들은 쓴 교훈을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3.리스크는 마음의 문제
어떤 관점에서 리스크는 주식의 매력적인 성격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인들은 보통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미끼 앞에서 이성적 사고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리스크를 다루는 일은 준비의 문제이다. 당신이 얼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되었나에 따라 2000년 최악의 증시가 당신에게 성공적일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 즉 15%의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15%의 손해를 볼 리스크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면 리스크가 당신의 코앞에 닥쳐와도 "지금이 빨리 빠져나갈 때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난 준비가 돼 있어, 난 잘 극복할 수 있어"라는 자기암시가 필요하다고 뱅가드 펀드의 존 보글은 강조했다.
4.주식의 가치만이 이익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던 시절 퀄컴이 주당 162달러까지 가고 시스코가 80달러를 넘어선 상승기때 이들 주식을 사지 않은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치솟는 주가후에 찾아올 붕괴를 예상하지 못한 채 거품이 꺼지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밸류 매니저인 데이비드 드레만은 "사람들은 이들 주식이 그전까지만 해도 거품현상과 관계없이 높은 주가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심지어 2000년 주식시장이 붕괴돼도 이들 주식을 매입했다"며 "그들은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결국 퀄컴은 주당 51달러로, 시스코는 37달러로 내려앉았다.
주식의 가치만이 이익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배당금과 이자소득도 이익의 큰 부분이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4.9%의 배당이익을 기록했고 재무성채권도 6%의 이익률을 나타냈다.
이익에 너무 민감하면 빠른 시간안에 부자가 되기 힘들다. 그러나 이익을 어느 정도 얻는 것도 빠른 시간 안에 빈털털이가 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5.분산하고 또 분산하라
보글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때 분산투자를 하라"고 충고했다. 건전한 충고지만 어느 한 종목만 잘 찍으면 수익이 200%이상을 기록하던 90년대 투자가들에게는 무척 진부한 것이었다.
이는 또한 사람들이 밥 마크만 같은 집중투자 전문 펀드매니저의 말에 귀를 많이 기울인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분산투자를 '비정상적이고 대중화된 망상'이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모든 펀드를 나스닥의 첨단기술주에 투자했고 한때 77%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 다음은 폭락만이 그를 기다렸다.
보글은 "상승을 주도하는 선발주는 곧 후발주로 쳐지고 후발주는 다시 선발주가 되며 결국 양자는 만나게 돼 있다"고 말해 분산투자가 적절한 이익을 보전해준다고 주장했다.
분산투자가 꼭 주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채권의 경우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주식의 수익률을 상회했고 부동산투자신탁펀드도 2000년 한해 평균 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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