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인 이수현씨 홈페이지 '사이버조문' 네티즌 20만 육박

  • 입력 2001년 1월 29일 14시 37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에 대한 '사이버 조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진행되고 있다.

주인을 잃은 이씨의 홈페이지(blue.nownuri.net/~gibson71)에는 29일 현재 한국인은 물론 일본 네티즌까지 접속해 이씨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네티즌들은 일분에도 서너 건씩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글을 남기고 있어 방명록에 접속한 건수가 18만 건을 넘어섰다.

나우누리는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이수현씨의 홈페이지가 다운될 것을 우려해 당초 5M바이트인 용량을 무제한으로 늘리고 이 페이지를 영구보존하기로 했다.

나우누리는 또 이씨의 여자친구인 한정임씨의 홈페이지 (www.nownuri.net/nownuri?anais04)에도 네티즌들의 격려글이 쇄도함에 따라 한씨의 홈페이지 용량도 늘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티즌 김태형씨는 "이수현씨 같은 분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것 같다" 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스승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후배라고 밝힌 박정수씨는 "선배님의 후배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며 "학교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는 자랑스런 후배가 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일본 네티즌들은 이씨의 방명록에서 일본어 지원을 하지 않자 안타까워하다 영어로 글을 남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더 많은 일본인들이 이씨 추모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일본어로 한국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김석윤씨는 "이번 이씨의 죽음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일본어로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는 게시판을 달아드리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씨의 여자친구인 한모양의 홈페이지에도 추모와 위로의 글이 등록되고 있다. 이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자친구의 사이트를 링크해 놓은 덕분에 한씨에게도 네티즌들의 격려가 전해지고 있는 것.

아이디가 ANAN인 한 네티즌은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숨진 것처럼 눈물이 나온다는 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많은 네티즌이 한씨에게 용기를 갖고 살아가라는 글을 남기는 등 이씨의 주변사람에 대한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씨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도 추모의 클릭이 이어지고 있으며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이씨의 명복을 비는 글을 남기기 위해 접속하고 있다.

이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광장과 칭찬합시다 코너에도 이씨의 용기를 기리는 글이 100여건 이상 등록되고 있다.

이번에 고려대에 입학한다는 신입생은 "이수현씨가 자랑스럽고 고대가 자랑스럽다" 며 "이번일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과거의 나쁜 기억을 청산하고 서로 우호적인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29일 고려대학교는 이씨의 행적을 기려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고 추모비 건립을 검토하기로했다. 고대 총학생회도 이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이씨 분향소를 학생회관에 설치하고 추모비 건립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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