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국축구 빨라졌다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6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돋보이는 용병술과 함께 한국축구가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27일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칼스버그컵 국제축구대회 3, 4위전. 1차전에서 아쉬운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노르웨이에 패했던 한국은 이날 남미의 신흥 강호 파라과이를 맞아 한결 안정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올초 한일 대 세계올스타전때부터 매 경기 연속골 행진을 벌여온 고종수는 이날도 후반 11분 후방에서 김도훈 유상철을 거쳐 단숨에 올라온 볼을 상대 아크 정면에서 절묘한 왼발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기록, 자신을 왼쪽 날개로 기용한 히딩크 감독과의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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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 감독 인터뷰

히딩크축구가 빠른 속도로 선수들에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실감한 경기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전반 노르웨이전과 달리 중앙 미드필드에 발 빠른 이영표와 박지성을 투입하고 부진했던 유상철을 앞으로 올려 김도훈과 투톱을 구축했다. 오른쪽 날개도 서정원을 빼고 박성배를 선발로 내보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한국은 이날 노르웨이전때 약점으로 지적됐던 미드필드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하며 공수 양면에 걸쳐 활기찬 플레이를 선보였다. 젊고 패기 넘치는 이영표 박지성은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수비라인의 부담을 덜었고 공격때도 한결 정확한 패스로 수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다. 좌우 날개 고종수와 박성배도 간간이 위치 선정에 문제점을 노출했으나 노르웨이전때보다 폭넓게 공간을 활용, 상대 수비 라인을 교란했다.

특히 돋보인 것은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유상철의 플레이. 상대적으로 활동 공간이 넓어진 유상철은 김도훈과 호흡을 맞춰 몇차례 득점 찬스를 조합해내는 한편 수세때도 적극적으로 미드필드 수비에 가담, 상대 공격의 고삐를 늦췄다.

그러나 김태영 이민성 홍명보 심재원이 구축한 수비 라인은 이날 노르웨이전때보다는 한결 나아졌지만 여전히 1대1 개인전술에서 취약점을 노출하며 후반 23분 추격골을 허용하는 등 수차례 상대에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이날 전반 종료 직전 하프라인 부근까지 뛰어나와 위기를 초래했던 골키퍼 김병지를 김용대로 바로 교체,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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