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강삼재 불구속기소 여야 표정

  • 입력 2001년 1월 22일 16시 27분


설 연휴를 앞둔 22일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온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여야 대치 정국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강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대결의 소지가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야 모두에 어떤 형태로든 움직여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이다. 여야가 이미 정국 전환을 위해 물밑 교섭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시각▼

강삼재의원 불구속기소를 둘러싼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했다. 어차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현실론’에서부터, 여권 핵심부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간 ‘묵계설’까지 분석과 추측이 난무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고민 끝에 도출한 하나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 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여권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불구속기소를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검찰의 결정은 ‘정치적으로 악용하지는 않되 진상은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여권 핵심부와 YS측간에 교감이 있었을까 하는데 대해서는 설이 갈린다. 최근 YS를 만난 한 민주계 인사는 “YS와 현철(賢哲)씨까지 조사하지 않을 바에야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는 게 여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교감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강의원 기소에 대한 YS의 격앙된 반응은 전혀 상반된 해석도 낳고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민주 갈팡질팡▼

이날 강의원 불구속기소 방침이 발표되기 직전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검찰의 수사는 마무리 단계가 아니라 강의원의 출두와 함께 시작”이라며 “강의원은 장세동(張世東·전 안기부장)에게서 배우라”며 검찰 출두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강의원 불구속기소 방침이 발표되자 김대변인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는 즉시 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전화를 걸어 불구속기소 배경을 알아보고 김중권(金重權)대표에게 보고한 뒤 “나는 정말 몰랐고, 대표도 몰랐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며 웃었다.

김대변인은 또 당 지도부와의 조율을 마친 뒤엔 “강의원 불구속기소는 장물취득혐의의 공소시효가 다가옴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나라 공세▼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과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공개서한’을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한나라당은 공개서한에서 △여야 정치자금에 대한 특별검사제 수용 △불법계좌추적 중단 △정계개편시도 포기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한 언론탄압 중단 △‘의원 꿔주기’ 원상회복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권대변인은 청와대 방문 후 “한실장과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비서관이 ‘안기부 자금사건을 더 이상 끌지 말고 매듭짓자’고 제안했으나 단호히 거절하고 김대통령의 비자금 등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밝히자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권대변인은 또 이날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이 장기집권음모를 획책하다가 기획과 연출이 서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총지휘하고 있다”며 김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눴다.

<윤영찬·김정훈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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