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공적자금·한빛청문회 파행 움직임-파장 분위기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6분


▼공적자금청문회/첫날부터 공방…50여분만에 정회▼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109조6000억원의 공적자금 운용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16일 시작된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회의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9명의 증인과 4명의 참고인을 일괄 출석시켜 ‘합동신문’을 벌이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신문이 원칙”이라고 맞서 회의 시작 후 50여분 만에 정회가 선포됐다.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 의원과 정철기(鄭哲基) 의원 등이 먼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모든 청문회는 개별신문이 원칙”이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간사인 이강두(李康斗) 의원과 안택수(安澤秀) 이성헌(李性憲) 의원 등이 즉각 “한빛청문회도 증인들을 한꺼번에 출석시키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한 것.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어제 한빛은행사건 국회청문회로 국민이 크게 실망해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의사진행 방법을 놓고 3당 간사가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회의를 소집한 것은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정세균(丁世均) 위원장은 “3당 간사들이 협의하라”며 방망이를 두들겼다.

여야 절충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19일 출석 예정인 진념(陳稔) 재정경제부장관, 강봉균(康奉均) 전재경부장관, 이헌재(李憲宰) 전금융감독위원장,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 등의 합동신문을 고집했다. 반면 민주당은 “16일은 합동, 20일까지 나머지 기간은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신문하자”고 제안한 뒤 “만일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민주당 자민련만으로라도 청문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 단독으로 한다는데 잘해 보라”고 반발하면서 짐을 싸들고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공적자금 청문회 주요 증인 및 참고인
-주요신문요지증인참고인
16일공적자금투입실태김진만(한빛은행장) 위성복(조흥은행장) 김경림(외환은행장) 강중홍(제주은행장) 박동훈(경남은행장) 등 9명양승우(제1차 은행경영평가위원장) 김병주(제2차 은행경영평가위원장) 등 4명
17일은행퇴출 및 인수, 기업워크아웃실태 엄낙용(산업은행총재) 김우중(전 대우그룹회장) 이재진(전 동화은행장) 서이석(전 경기은행장) 등 10명 김정태(주택은행장) 김상훈(국민은행장) 이인호(신한은행장) 등 12명
18일공적자금투입실태홍성일(한국투자신탁사장) 이덕훈(대한투자신탁사장) 이강환(대한생명회장) 박만수(하나로종금사장) 등 7명김일섭(종합금융경영평가위원장)
19일공적자금정책결정과정 및 기업구조조정실태진념(재경부장관) 강봉균(전 재경부장관) 이근영(금감위원장) 이헌재(전 금감위원장) 등 6명정기홍(금감원부원장) 연원영(금감위 상임위원)등 4명
20일공적자금 정책집행실태이상용(예금보험공사사장) 정재룡(자산관리공사사장)허경만(자산관리공사부사장)등 3명

▼한빛청문회/박주선씨 불출석 논란…정회소동▼

16일 한빛은행사건 국회청문회는 파장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신문이 있었던 전날 청문회의 TV 생중계 시청율이 5.5%에 불과했다는 점도 여야 의원들의 의욕을 꺾어놓은 듯했다.

▽사직동팀 내사착수 경위=한나라당 위원들은 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최광식(崔光植)사직동팀장 라인을 통해 이운영(李運永)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에 대한 보복성 내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이운영씨의 부하직원인 김주경(金周慶)씨가 고교동창을 통해 사직동팀의 이기남(李基南)전 경정에게 이씨의 비리를 제보함으로써 내사가 시작됐다"며 외압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청부수사 혐의로 구속됐던 이 전경정은 "여론이 비등하자 전시효과를 노리고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억울해했다.

▽박주선의원 불출석 논란=참고인으로 채택된 민주당 박주선의원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한 것을 놓고 여야는 거친 말싸움을 벌이다 1시간동안 정회사태를 빚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박의원은 이 사건의 핵심증인이지만 동료의원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참고인으로 양보했다"며 박의원의 출석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이 "이운영씨의 도피에 연루된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의원이야말로 증인석에 앉아야 할 사람"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엄의원은 "설의원의 양식이 의심스럽다"고 고함을 지른 뒤 "권노갑(權魯甲)전 민주당최고위원,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까지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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