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LPGA 개막전 우승 박세리

  • 입력 2001년 1월 15일 17시 47분


1998년 7월 6일은 한국 골프사의 큰 획을 그은 날이었다.

한국의 21살 처녀 박세리가 세계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한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 AP통신은 "세계 여자골프계의 정상에 오른 박세리의 쾌거는 경제난으로 침울한 한국 국민에게 가장 기쁜 소식이 됐다"고 타전했다.

그녀가 18번홀에서 양말을 벗고 연못으로 걸어내려가 볼을 치던 모습을 기억하는가? 유난히 하얗고 튼튼했던(?) 그녀의 다리. 그녀의 모습은 그후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한국인'의 표상으로 언론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24살이 된 2001년 새해, 박세리는 다시한번 경제한파에 강추위까지 겹쳐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알려왔다. 그녀로서도 14개월간의 '무관의 설움'을 날려버린 쾌거였다.

게다가 박세리는 심한 목감기로 한숨도 못잔 상태에서 최종 3라운드에 나섰다고 한다.

최종라운드에서 그녀가 친 스코어는 코스타이 기록인 8언더파 64타. 무서운 정신력이 가져온 역전우승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박세리는 유어라이프 바이타민스클래식골프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개막전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시즌 4~5승은 충분하다는 성급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세리가 앞으로 몇 승을 더한다 하더라도 이 날만큼 뜻깊지는 않을 것 같다. 한 독자는 "98년 IMF 경제위기 때 박세리가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힘을 줬었다. 최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녀가 승전보를 전해주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멀리 태평양을 건너온 그녀의 승전보가, 온통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한반도의 상공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됐으면 한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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