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율리와 괴물

  • 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15분


◇율리와 괴물/유타 바우어 글/크리스턴 보이에 그림/카테리나 스티그리츠 옮김/40쪽 7500원/문학동네아이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무시무시한 손이 쑥 올라오면서 이런 질문을 할거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종이를 택해도 우리 몸 어느 곳엔 지워지지 않는 빨갛고 파란 흔적이 남는다는 것도….

지금 어른들의 어린 시절을 공포에 떨게 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기억은 당시의 어두컴컴했던 화장실의 기억과 함께 생생하다.

이 책의 주인공 율리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은 비슷하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율리는 화장실에 괴물이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엄마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 가지 않고 유치원엘 간다. 그 괴물이 유치원 화장실에서도 그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바지에 몇 방울 지리다가, 나중엔 두 다리를 비비꼬면서 화장실에 같이 갈 친구를 찾지만 친구들은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참고 참고 참다가 마침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율리와 작은 오줌 바다!’

주변친구들의 놀림으로 한층 위축 되어있는 율리에게 카트린이 다가와 그 괴물에 대한 커다란 비밀을 말해준다. 그 괴물은 자기 집 화장실에도 살고 있으며, 자기는 이미 괴물을 물리쳤노라고. 너도 물리 칠 수 있다고….

대여섯 살쯤 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읽어주다 보면 같이 키득거리며 즐거워 할 책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들을 무섭고도 환상적인 세계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구성이 흥미롭다.

그림책은 꼭 엄마 아빠가 읽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림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그림을 보다 보면 율리의 안타까운 얼굴 표정 뿐 아니라, 곳곳에 율리가 상상하는 괴물의 원형이 되는 것을 찾는 것도 재미 있고, 흑인, 장애아 등이 섞여 노는 유치원 모습도 눈에 띤다. 5∼7세용. 옮긴이는 독일 국적의 한국인.

김혜원(주부·37·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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