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김기섭씨 "건드리지 않겠다더니…"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55분


“구치소에 있으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최근 검찰 수사관들과 자신을 면회하러 온 가족 등 측근들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몇 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사실을 알고도 도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전차장은 “비공식 루트를 통해 현 정권이 ‘우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윗선’의 지시여부에 대해 김 전차장은 “다 내가 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진술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 실제로도 그렇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은 내가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이 처벌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192억원이라는 거액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한푼도 안 받는 상황에서 선거자금은 있어야 했기 때문에 국가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자금을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차장은 “그러나 그 돈 중에서 나나 YS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고 이는 검찰도 인정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93년 문민정부 출범 직후 안기부에 들어가 보니까 그전 안기부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간부의 경우 안기부 청사 공사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기부 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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