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박종철군 위령제 대공분실서 열려

  • 입력 2001년 1월 11일 09시 10분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군. 그의 14주기 위령제가 12일 오전(기일은 14일), 그가 물고문을 당해 숨진 서울 남영동 경찰청 보안분실 509호에서 우여곡절 끝에 열린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거짓 보고서가 만들어 졌던 역사의 현장. 숱한 민주인사들이 끌려가 고초를 당했던 인권말살의 심장부.

아버지 박정기(72)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박군을 물고문 하는데 썼던 그 '욕조'를 14년만에 보게 된다.

'종철이가 짧은 생을 마감한 자리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게 내내 가슴에 못이 박혔다'는 아버지 박정기씨. 이날 아버지가 속으로 울어야 할 '눈물'의 의미를 어찌 헤아릴수 있으랴.

경찰은 보안분실이 현재도 국가보안시설임을 이유로 '위령제 불허'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경찰이 10일 "박군의 유족이 아직 고문현장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을 참작해 위령제를 허가하기로 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뒤늦게나마 유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준 것이다.

박군이 생전에 다녔던 서울대학교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서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0년만인 1997년 6월10일에 세워진 것이다. 김정환시인은 그 추모비의 비문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독재의 아스팔트 발바닥을 태우던 1987년 6월 어느날, 너의 모습이 일순 나타났다가, 다시 영영… 박종철, 여기 10년동안 견고해진 눈물로 너를 세운다.'

내일은 아버지가 그의 넋을 찾아간다. 어느 누구보다 '아픈 눈물'을 흘리실 아버지. 그 눈물속에서 박종철군의 넋이 편안한 안식을 갖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에게 빚을 지고 사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도 이날 함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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