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약효 떨어지는 정부의 증시부양책

  • 입력 2001년 1월 10일 16시 21분


정부의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이 기로에 섰다.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인수와 정부예산의 조기집행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한계를 시장참가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금리인하와 함께 소위 '유동성장세'의 한축이 흔들리면서 조정후 추가상승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10일 현대전자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면서 정부의 자금시장안정대책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나타냈다. 현대전자 자금악화설이 증폭되면서 국내기관투자가들과 개인들은 각각 1372억원 1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18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29.11포인트 하락했다.

김성노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현대전자의 부채가 지금까지 알려진 액수보다 많다는 소식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에서 자금시장안정책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힌다. 김 선임연구원은 한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책만으로는 주가를 부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박정구 새턴투자자문 대표도 정부의 증시부양책이 △정부재정적자 부담증가 △안정자산선호 강화 △ 경기회복력 부족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봉책으로 일시적인 투자심리 회복은 가져올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한 시장은 또다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한단계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현대전자의 지분인수를 삼성전자에 타진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국고채 수익률이 연일 하락하는 것도 시장이 이미 정부에 경고사인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9일현재 국고채 3년물은 6.14%로 5%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도대로 주가가 상승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국고채 수익률이 하락추세를 멈춰야 하는데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박대표는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수익률만 하락하는 것은 여전히 안전자산선호 경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회사채에도 투자자하지 않는 판에 주식을 사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신동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이와 유사한 견해를 피력한다.

10일 조정후 재반등할 수 있지만 정부정책의 약효가 소진됐기 때문에 반등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3%에서 2.8%로 대폭 낮춰 정부의 증시부양책을 마냥 비난만 하기도 힘들다"고 인정하면서도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을 구조조정 지연으로 받아들인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시작될 경우 주가는 500포인트 밑으로 추가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2분기 0.8%로 바닥권을 찍을 경기가 예상과 달리 회복세가 더디면 400포인트대에서 장기간 횡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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