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엘리트]GE 차기회장 제프리 이멜트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25분


지난해 11월 27일 세계 재계의 눈은 미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 본사에 쏠렸다. ‘20세기 최고의 경영인’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잭 웰치 회장의 후임자 발표 때문.

웰치회장은 44세의 제프리 이멜트 GE 메디컬 시스템스 사장을 후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웰치회장이 취임할 당시의 나이 45세보다도 한 해 빨랐다. 공식 취임은 올해 말.

지난해 주식시가총액이 5000억달러에 이르는 등10여년동안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지켜온 122년 역사의 GE 9대 회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년간 재임해 온 웰치회장은 1996년 심장수술을 받은 후 후계자 선정에 나서 GE는 5인의 이사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치밀한 선정작업을 벌여왔다. 웰치회장은 4년여에 걸쳐 진행된 후계자 선정 작업을 통해 제임스 맥너니(52) 항공엔진 사장과 로버트 나르델리(53) 파워시스템스 사장 등을 경쟁에서 물리치고 이멜트사장을 택한 것이다.

▼5인 선정委 4년여 작업끝 발탁▼

웰치 회장은 “이멜트는 전략적 사고와 첨단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타고난 경영자로 GE를 이끌 이상적인 인물이며 팀워크를 이뤄내는 독특한 재능도 갖추고 있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웰치는 또 “기껏해야 24개월 정도 구조선을 이끌 만한 인물을 뽑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해 자신처럼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로 재임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 월가에서는 “한번도 인사 정책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웰치가 뽑았다”는 말로 그의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만 삭스의 마틴 샌키 부사장은 “GE 메디컬 시스템스 경영자 재직시 보여준 실적처럼 그는 회사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매우 탁월한 리더”라고 말했다.

이멜트는 “아직 웰치회장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내 역할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가치있는 창의적 발의가 빛을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멜트는 99년 미 시사경제 격주간 포천지가 ‘2000년에 주목할 경제인들’중 한 명으로 선정했으나 일반인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

그러나 고속승진과 ‘CEO 등극’의 잠재성은 입사 직후부터 나타났다. 82년 입사후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다 1년 만에 미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발탁된 것. 89년에는 고객서비스 부문, 해외마케팅 부문 부사장에 올랐으며 입사 15년 만에 97년 매출 70억달러(2000년 기준)의 핵심계열사인 ‘GE 메디컬 시스템스’ 사장에 올랐다. 그는 GE 메디컬 사장 재직시 13억달러의 인수 합병(M&A)을 성공시켜 연간 매출을 갑절이 넘는 6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멜트는 웰치가 40년을 줄곧 GE에서 근무했듯 입사한 후 한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은 것이 공통점. 부친인 조지프 이멜트도 GE 항공엔지니어링 부문에서 38년간 근무해 부자가 ‘영원한 GE 맨’으로 알려져 있다.

▼전략적 사고-탁월한 지도력 갖춰▼

이멜트의 첫 번째 시험대는 지난해 10월 GE가 발표한 산업설비 및 제어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450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인수 작업의 마무리. 미국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도 이멜트에게는 도전이다.

웰치회장이 재임 20년동안 ‘웰치방식 경영과 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남기는 탁월한 경영으로 시가총액을 13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끌어올린 ‘잭 웰치 신화’를 이멜트가 어떻게 이어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멜트와 한국-국내법인 아시아거점 육성전략▼

제프리 이멜트 GE 후임회장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했다. 메디컬 시스템스 사장으로서 현지법인인 ‘GE 메디컬 시스템스 코리아(구 삼성GE 의료기기)’를 둘러보기 위한 것. 97년 사장 취임 후 매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지난해가 세번째.

그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메디컬 시스템스의 한해 매출액 70억달러 중 한국법인이 5∼10%를 차지해 ‘한국이 아시아 성장시장의 한 축’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이 99년에 비해 100% 성장하는 등 이멜트가 메디컬 시스템스 사장으로 취임한 후 한국법인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국내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GE 메디컬 시스템스 코리아는 올해도 100% 가량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공장에서 최첨단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는 GE 메디컬 시스템스 코리아는 지난해 78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올해 수출액도 지난해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현지법인 직원들은 “이멜트 사장은 자신의 짐을 직접 들고 다닐 정도로 수수하며 한 해 전에 회사에 제기한 애로사항도 이듬해 방문시 기억했다가 처리여부를 묻는 등 세심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79년 설립돼 의료기기 분야 등 12개 사업분야를 가지고 있는 GE 메디컬 시스템스 코리아를 이멜트 후임 회장이 어떻게 운영할지에 국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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