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더스클럽] "Made in Korea"와 "난장판 정치"

입력 2001-01-08 11:45수정 2009-09-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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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규모의 전자제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300평 남짓, 넓직한 공간에 차려진 삼성전자 부스는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관람객 수와 부스 면적, 제품의 구색만 놓고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등과 맞먹는 수준. 디지털TV 컴퓨터 MP3 등 첨단 전자제품을 리모콘 하나로 작동시키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은 이런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가끔씩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눈앞에 나타난 관람객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삼성 상표를 붙인 가전제품은 여전히 '싸구려'로 통합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15년전 우리가 지은 죄가 있으니 그 대가도 달게 받아야지요"

그는 "80년대 품질이 떨어지는 컬러TV를 미국시장에 적당히 내다파는 바람에 '한국제=값은 싸지만 고장이 자주 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신형 디지털TV 모델을 선보인 LG전자는 자체 브랜드를 포기하고 미국내 자회사인 '제니스' 이름으로 출품했다. LG 간판으로는 미국 소비자들을 파고들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

삼성과 LG 부스에서 기업과 제품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알리는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디지털가전 시장에서 소니 필립스 등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시드니올림픽을 후원한 업체라는 점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한국의 국가브랜드인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몇점이나 받을만한지 진사장에게 물었다. 그는 "정치가 발전되고 안정되면 나라 이미지도 좀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우리 임무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제의 국경이 허물어진 글로벌 시대라지만 국가 브랜드는 막강한 위력을 지닌 마케팅 요소중 하나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사실이 외국 중산층에게 물건을 팔 때 도움은 커녕 발목을 잡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국제경쟁의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별로 좋지도 않은 국가 이미지를 더 망가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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