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간 닮은 로봇 시대 성큼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지난 11월 일본의 혼다사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방향 전환을 하는 등 인간의 두발 보행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혼다사는 또 21일에는 내년부터 아시모를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임대할 계획이라 발표해 SF영화와 같은 일이 곧 현실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로봇공학자들은 인간과 같은 로봇은 아직은 때 이른 기대라고 말한다. 지난해 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 ’센토’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휴먼로봇센터 센터장인 김문상 박사는 “그런 일은 2020년 경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과 같이 생활하려면 우선 사람을 다치지 않게 부드러운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과 말로 의사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시모에 열광하는 것은 인간형 로봇이 극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문제 중 일부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극복해야할 첫 과제는 인간의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하드웨어 기술이며 둘째는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며 주어진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학습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아시모는 이 중 첫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시모는 혼다사가 1996년 말 발표한 P2의 보행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사람은 걷다가 넘어질 것 같으면 발바닥을 지면에 강하게 내딛거나 방향을 바꿔 균형을 유지한다. P2의 보행원리는 이를 본떠 자세가 기울어질 때 그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자세를 복원한다.

한편 P2와 이어 나온 P3는 걷다가 방향을 전환할 때는 일단 정지해야 했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아시모는 이른바 ‘i―WALK’ 기술을 도입,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신기술은 이전의 보행 제어 기술에 ‘예측 운동 제어’를 더한 것이다. 인간이 직선 보행을 하다가 방향을 선회할 때는 사전에 몸의 중심을 안쪽으로 이동시킨다. 아시모 역시 이 방법을 모방해 선회시 다음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예측해 미리 중심을 이동시키는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학습능력 면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인공지능연구소의 로드니 브룩스 박사가 개발 중인 ’코그’(COG)가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그는 중앙통제프로그램 대신 수많은 벌이나 개미가 모여 하나의 집단 지식을 형성하듯 독립된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의 네트웍을 이뤄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그 결과 코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날마다 새로 마주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인 뒤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김문상 박사는 “미래에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로봇들이라도 교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해 개별 로봇의 지식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개발의 궁극 목표는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브룩스 등 로봇공학자들은 자의식도 컴퓨터 기술로 생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럴 경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를 대비해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0년대에 이미 ‘로봇의 3대 원칙’을 만들었다. 첫째, 로봇은 인간을 다치거나 위험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첫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째와 둘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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