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신해철의 '비트겐슈타인' , 관객과 하나된 첫 공연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2시 21분


록커 신해철이 지난 23~2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고요한 밤 & 광란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가졌다. 신해철은 이날 프로젝트 그룹 '모노크롬'의 전국 투어 공연 이후 1년6개월만에 새로 결성한 그룹 '비트겐슈타인'을 선보이며 화려한 컴백 신고식을 펼쳤다.

콘서트 타이틀처럼 고요하게 광란하기는 어려울 텐데 신해철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세련되면서도 광포한(?) 무대 매너로 콘서트를 유연하게 이끌어 갔다. 물론 고요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아주 조금, 광란의 록 열기는 아주 많이 퍼졌다.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6시. 좌석이 매진됐는지 통로에 앉아야할 정도로 대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신인듀엣 '버튼'과 '껌'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자 대형 화면에 신해철과 비트겐슈타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펼쳐졌다. 팬들은 신해철의 '무한궤도' 시절 모습에 가장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신해철은 "나이 어린 친구들을 비트겐슈타인 멤버로 받아들여 나를 호스트바 주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에로틱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문을 열어 관객을 웃겼다. 멤버 임형빈(22)과 데빈(23)은 실제로 '몸을 아끼지 않고' 무대 위에서 내려와 객석으로 뛰어들었고 그 바람에 한때 경호원들이 긴장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에 들어간 비트겐슈타인은 새 앨범에 담긴 '오버액션맨'과 '프렌즈' 등 8곡의 신곡을 선보였다. 강렬한 록 비트와 미래적인 전자음이 혼재된 '오버액션맨'은 그의 록 음악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록 발라드 분위기가 느껴지는 '프렌즈'는 신해철 특유의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열기를 잠시 식히기라도 하듯 그룹의 막내 임형빈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러 팬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신해철은 관객들 중 선착순으로 커플 두 쌍을 불러내 즉흥 댄스 경연대회를 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음악에 맞춰 몸부림(?)을 친 한 커플은 멤버들의 사인이 담긴 CD를 포함해 푸짐한 상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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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은 '날아라 병아리', '인형의 기사' 등 귀에 익은 곡들을 부르면서 만담가 기질도 발휘했다. '일상으로의 초대'를 부를 때는 "언젠가 짝을 찾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말로 관객들의 환호를 샀고 공연 도중 한 남성팬이 "사랑해요"라고 외치자 "신해철 변태설, 게이설, 바이설이 있는데 변태설만 사실"이라며 입담을 과시했다.

마지막 곡 '불멸에 관하여'를 부른 뒤 팬들의 연호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무대에 나타나지 않은 비트겐슈타인 멤버들은 여장 등을 한 채 나타나 신해철의 데뷔곡 '그대에게'를 선사했다. 공연 시간 2시간30분 내내 관객들은 기립한 채 콘서트를 즐겼다.

이날 콘서트는 관객을 흥겹게 했지만 과거의 히트곡이 너무 많아 아쉬움도 남았다. 팬들은 과거의 신해철만으로도 만족했을 수 있지만 고집스럽게 새 음악을 더 많이 들려주었으면 더욱 즐거웠을 그런 무대였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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