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굶고 뛰고 " 벤처기업, 이색 종무식 시무식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9시 10분


고단하기 짝이없는 1년이었다. 닷컴은 추락하고 벤처기업인의 도덕성은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롭게 출발하자.’ 벤처기업이라면 어디나 이런 화두를 떠올리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송년회와 시무식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원들은 송년의 밤 행사에서 모두 저녁을 굶었다. 21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는 결식아동돕기의 일환으로 ‘한끼 굶기체험’을 했다. 또 스티커 5000장을 제작 판매해 수익금을 구세군에 기부하기로 했다.

인터넷TV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티컴넷은 29일 전직원의 가족을 초청해 회사의 비전을 알리는 ‘사업설명회’로 송년회를 대신한다. 벤처위기설에 가족들이 불안해하므로 회사 실정을 솔직히 보여주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

E메일로 바이러스 치료백신을 제공하는 업체인 에브리존(www.everyzone.com)은 ‘찜질방 송년회’를 가졌다. 심신이 지쳐 있는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의미. 22일 단골음식점에서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고 찜질방으로 옮겨 밤을 새우며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를 갖고 다음날인 토요일은 전직원이 특별휴가를 냈다.

인터넷 종합병원 건강샘(www.healthkorea.net)을 운영하는 메디다스는 ‘마라톤 시무식’을 열기로 했다. 1월2일 오전 7시에 100여명의 직원이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모여 5㎞ 단축마라톤을 한다. ‘단합된 모습으로 새해에도 함께 달리자’는 의미. ‘달리기’로 운동을 하며 맞는 새해가 건강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이미지와도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전자지불서비스를 제공하는 티지코프는 새해 벽두 테헤란로의 거리청소에 나선다. 1월2일 오전 9시 전직원이 회사 앞에 모여 쓰레기를 주울 예정이다. 올해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으로 벤처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때 벤처인들의 자정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채팅사이트를 운영하는 러브헌트는 음성화상채팅으로 시무식을 갖기로 했다. 러브헌트의 직원들은 시무식을 위해 한곳에 모일 필요가 없다. 1월2일 오전 10시 전직원이 각자의 집에서 동시에 음성화상채팅에 접속, 2001년의 비전을 함께 나눈다.

의료기기제조업체 지인텍은 시무식을 겸해 전사원 건강검진을 실시하기로 했다. 직원수가 많지 않은 벤처기업에서는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이 가장 큰 자산. 가정용 의료기기 등 건강용품을 생산하는 기업답게 내부조직원의 건강을 돌보는데도 소홀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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