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VIP고객이 복덩이"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8분


별화된 서비스로 확실하게

모십니다.’ VIP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노력이 은행권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은행계에서 말하는 VIP고객이란 일반적으로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을 맡기는 ‘큰손’을 뜻하는 용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동안 금융권의 주요 타깃이던 중산층이 점차 줄어들어 VIP고객을 집중 공략하는 추세다. 한빛은행 개인고객본부의 김인응 대리는 “은행의 소매부분 경쟁력은 VIP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VIP고객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1% 고객이 80% 수익에 기여한다〓평균잔고 1억원 이상의 고객 4만여명을 모신 하나은행의 경우 이들 VIP고객이 개인고객부문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80%를 넘어선다. 전체 개인고객 360만명 가운데 VIP고객을 제외한 일반 고객 356만명의 기여도는 20%에도 못 미치는 셈. 한빛은행의 최근 수익성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다. 10.3%의 VIP고객이 전체 수익 중 87%를 차지했다.

이처럼 VIP고객의 기여도가 높게 나타나자 기존 운영해온 VIP제도를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빛은행은 두달 전 VIP고객의 기준을 상향 조정해 VIP고객수를 30만여명에서 8만명선으로 끌어내렸다. 형식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이 감동할 만한 품격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타깃층을 좁혀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수신고 5억원 이상 층을 위한 프레스티지클럽을 신설해 ‘VIP 중의 VIP’로 모시고 있다. 특급 종합병원에서의 무료 건강검진권 외에도 가정 방범서비스, 제주도 여행권 등을 선택서비스(택일)로 무료 제공 중. 하나은행 역시 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을 VIP고객으로 정한 뒤 △1억5000만원 이상―골드VIP △3억원 이상―슈퍼VIP △5억원 이상―하나슈퍼VIP 등으로 세분해 서비스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금융주치의’를 지향하는 VIP서비스〓널리 알려진 VIP서비스는 줄을 서지 않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것. 잘 안 보이는 2층 또는 1층 구석에 고급스러운 VIP창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동안 담당직원이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준다. 또한 각종 수수료가 면제되고 대출금리 외환송금수수료 등이 감면된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은행별로 VIP고객을 담당하는 ‘프라이빗 뱅커(PB)’를 육성해 고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 실무경험이 있는 예비 PB를 선발한 뒤 1, 2년간 상담기법 주식 부동산 세법 외환 대출 등의 전문교육을 거쳐 정식 PB로 내보내는 이유도 VIP고객층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다.

하나은행 최용대 PB는 “VIP고객에게 유리한 금융상품을 권하고 세테크 재테크 등의 전문상담을 제공하는 금융 주치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면서 “특히 종합과세를 걱정하는 VIP고객층이 많아 부부합산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분리과세, 비과세 상품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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