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민주 김중권대표 임명 엇갈린 표정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9시 38분


▼"도대체 왜 김중권이냐"▼

▽술렁거리는 소장파와 중진들〓18일 오후부터 김대표 내정설이 전해지자 당과 청와대는 ‘김중권 적임론’과 ‘김중권 불가론’으로 날카롭게 갈라졌다.

안동선(安東善)의원 등 구주류 중진들은 “그 사람이 당을 화합시킬 수 있는 사람이냐. 도대체 왜 김중권이냐. 우리도 우리 길을 가겠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경선 1, 2위인 한화갑 이인제최고위원이 대표를 맡아 당을 실세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던 소장파들도 선뜻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개혁성향의 초선의원들은 김대표의 전력까지 거론하며 ‘비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김대표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김대통령에게 현실성도 없는 ‘동진정책’을 건의해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오도(誤導)했다”며 막판까지 ‘김중권 불가론’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적 입장의 한 최고위원은 “신임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개혁이 무엇인지 잘 살펴 개혁적 인사를 당쇄신 과정에 적극 기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김대표는 대통령의 의중에서 한 치도 어긋나는 법이 없다고 하던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차기 대권후보 어떻게…▼

▽차기 대선 구도에는 어떤 영향 미치나〓관건은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 진영의 향후 동태다. 권최고위원 퇴진 이후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의 향배를 주시해 온 이최고위원은 김대표 기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대표와 한최고위원은 대선후보 경선 정국에서 가장 ‘연대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동진(東進)정책’을 추진하며 ‘이인제 불가론’을 공유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 이최고위원이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대세론을 내세우자 “국민과 당원에 대한 협박”이라고 발끈했던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도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화갑―김중권 연합에 합류했었다.

이최고위원 측근들이 김대표 체제를 ‘이인제 포위망’이라고 의심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 그러나 이최고위원이 당장 무슨 행동을 취할 것 같지는 않다. 이최고위원은 19일 한 중도파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김중권최고위원이 이 시점에서 뭐 하러 대표를 맡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후문. ‘한시적’일지 모르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직접 이최고위원을 만나 그런 의구심을 풀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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