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기업사냥 나선 佛 LVMH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32분


루이뷔통과 지방시 가방, 크리스찬 디오르와 겔랑 향수, 돔 페리뇽 샴페인, 헤네시 꼬냑 그리고 펜디 및 크리스찬 라크로와 패션제품, 태그 호이어 및 쇼메 시계 등등. 이들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들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상품들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믿기 어렵지만 바로 한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이라는 점. 바로 프랑스의 LVMH(루이 뷔통 모에 헤네시)그룹에 속한 브랜드 들이다. 공항 면세점 구역에서 이들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판매하는 DFS(Duty Free Shop)도 이 그룹이 운영하는 판매업체의 이름이다.

뉴욕증시가 좀처럼 침체장을 탈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LVMH사가 인수 합병에 나서면서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지난 월요일 뉴욕을 기반으로 한 도나 카랜 인터내셔널사(DKI)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 DKI사는 하룻만에 74%나 급등을 보였다. DKNY란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미국 패션산업의 선두주자 DKI사마저 패션 강국인 프랑스 회사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LVMH사는 이로써 미국을 기반으로한 패션산업에 좀더 공격적인 영업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하게 됐다. 얼마전 이탈리아의 구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에 실패한 LVMH사가 이제 미국기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렇듯 최근 인수합병에 나선 기업들을 보면 유럽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띤다. 얼마전 프랑스의 비방디사가 캐나다의 시그램사와 합병에 나서면서 대규모 M&A를 성사시킨 바 있으며, 최근에는 게토레이를 생산하는 퀘이커 오츠사를 인수한 펩시사의 강력한 인수 경쟁자가 바로 프랑스의 식품회사인 다농사였다. 금융권에도 M&A가 유럽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스위스의 UBS사가 페인웨버 증권을, 크레디 스위스 그룹이 DLJ증권을 인수했고 현재는 리만브라더스 증권에 대한 인수설에 도이치 방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보통신업종에서도 영국의 보다폰이 독일의 만네스만을 인수한 데 이어 각국의 정보통신업체 사냥에 나서고 있다.그렇다고 미국기업들이 처다만 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 활발한 M&A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체이스 맨해튼 은행과 JP모건사의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밖에도 월가에서는 쉴 새 없는 인수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세계 일류 기업들이 끊임없이 M&A에 나서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무차별적인 세계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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