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미국안보 주무르는 보좌관 라이스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52분


피아노연주가를 꿈꾸던 아프리카계 흑인 소녀가 백악관의 대통령 개인 집무실인 오벌하우스를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국가안보 보좌관에 올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여성 및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46)를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17일 지명했다.

콜린 파월 차기 국무장관과 함께 부시 행정부 국방 외교정책의 기조를 만들어 나갈 라이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소련 및 동유럽 전문가.

89∼91년 부시 전대통령 재임시 국가안보회의(NSC) 소련 동유럽 국장을 지낸 그는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위해 부시 전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대통령간에 열린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에 참여했다. 부시 전대통령은 “소련에 관한 내 지식은 모두 라이스가 가르쳐준 것”이라며 그의 명석함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54년 흑인 민권운동의 발원지인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태어난 그는 15세에 덴버대에 입학, 19세에 학부를 마친 수재다. 음악을 전공으로 택했던 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부친인 조지프 코벨 교수의 국제정치학 강의를 수강한 것을 계기로 전공을 바꿔 26세 때 소련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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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여전히 피아노 연주를 상당히 즐긴다. 외교정책 자문관으로 부시의 외교안보팀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지난 여름 부시 당선자가 전국 유세투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 동안 피아노 캠프에 참가해 하루 12시간씩 브람스를 연주하기도 했다. 콘돌리자라는 그의 이름도 ‘콘 돌체자(con dolcezza·부드럽게)’라는 음악용어에서 따온 것.

스포츠광인 그는 95년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단 구단주였던 부시 당선자를 처음 만나 오랜 시간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며 친숙한 사이가 됐다. 일요일이면 팝콘을 먹으며 프로야구나 미식축구 보기를 즐기는 그는 “축구나 야구를 조금만 덜 좋아했어도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93년 스탠퍼드대의 ‘최연소, 첫 흑인, 첫 여성’ 부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부시 당선자가 백악관 도전의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 줄곧 외교문제 자문역을 맡아왔다. 그는 미국이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보는 ‘힘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성향의 인물.

8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평화는 힘과 함께 시작되며 군대는 평화 유지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가장 확실한 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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