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신간]무심코 보던 名畵에 이렇게 깊은 뜻이?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13분


영국 BBC방송 인기 TV프로 ‘웬디수녀와 함께 떠나는 미술 여행’으로 유명한 웬디 수녀의 유럽미술 기행서.

스페인의 마드리드,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로마 베네치아, 오스트리아의 빈,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도시 11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을 간결 명료하게 해설했다. 고야의 ‘1808년5월3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베르니니의 ‘아폴로와 다프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 간딘스키의 ‘구성’ 등 62점의 명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면 그림의 좋고 나쁨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편안하게 들려준다는 점. 따라서 그림이 결코 난해한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대상임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고야의 1777년 그림 ‘양산’에 대한 설명을 보자. 겉보기엔 지극히 평온하고 아무 근심 없어 보이는 작품이지만 웬디 수녀는 그 이면에 감춰진 의미를 읽어낸다.

‘젊은 여인이 화사한 햇볕 아래서 우리를 향해 웃고 있다. 그의 빛나는 눈은 젊음과 사랑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고야의 그림이 늘 그렇듯 이 그림의 평화 속에도 다른 무슨 기운이 서려 있다. 여자 뒤엔 막막한 벽이 가로 막고 있다. 이 남자는 여자를 햇빛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 같지만 실은 그녀를 감시하는 교도관이다. 햇빛 속에 웃고 있지만 그녀의 앞길엔 자유란 없다. ’

고야의 그림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이라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 그림은 평화 속에 감춰진 당시 역사의 모순과 갈등, 긴장을 노련하게 포착해 낸 작품이다. 대단한 풍자인 셈이다. 이것이 고야 그림의 매력이고 이를 읽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 역시 매력적이다. 이 책은 그러나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 설명이 너무 간략하다. 고야의 ‘양산’ 설명에서도 드러나듯, 시대적인 배경이나 작가의 미술세계의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좀더 풍요로운 그림 세계로 여행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웬디수녀의 유럽미술산책/웬디 베케트 지음/김현우 옮김/240쪽 1만6500원/예담▽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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