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들꽃 사진작가로 변신한 이원종씨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8시 57분


97년 2월 한보사태 와중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직을 물러난 뒤 들꽃 사진 작가로 변신한 이원종(李源宗)씨가 달력을 겸한 세 번째 작품집을 최근 펴냈다. 이른바 상도동 ‘가신(家臣)’ 출신으로 김영삼(金泳三)정부 당시 핵심 실세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퇴임 때 기자들에게 “들꽃이나 찍으며 살고 싶다”고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정치권과 결별했다.

대신 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 김정명(金正明)씨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1만여 컷의 들꽃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98년말부터 매년 이 들꽃 사진 중 13장씩을 골라 탁상용 달력 1000부를 만들어 친지 등에게 연하장을 겸해 돌려왔다.

“작고 보잘것없는 들꽃이지만 렌즈를 통해 바라본 들꽃은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갖게 할 만큼 너무나 신비로웠지요. 그리고 우리 산하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들꽃을 찾아다니던 이씨는 전국 곳곳에서 굿이나 민속놀이 등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지키고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기로 결심, 지난달 하순 문화관광부에 사단법인 ‘우리누리’ 등록 신청을 했다. ‘우리누리’를 우리 문화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시민문화운동의 중심축으로 삼는다는 게 요즘 이씨의 ‘꿈’이다.

‘정치’와는 담을 쌓겠다는 이씨지만 최근 동교동 가신들의 갈등과 암투에 대해서는 한마디를 던졌다.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가면 화상을 입습니다.”그리고 요즘의 정치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정치를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정치는 한마디로 ‘망나니 정치’입니다. 정치인이 기초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 애국심인데 이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아무리 세상이 개판이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는 것인데 지금은 위아래 할 것 없이 부끄러움이 없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

<김동철기자>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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