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李금감위장 "국민·주택은행 합병 계속 추진"

  • 입력 2000년 12월 14일 23시 17분


정부는 금융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14일 노사정위원회에 출석해 “국민 주택은행은 대주주의 뜻에 따라 자율합병을 계속 추진하고 한빛은행 등이 모이는 지주회사는 내년 10월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으로 나누는 은행 재편 방식으로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이용득(李龍得)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합병 강행 및 지주회사 편입 후 본격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며 “28일까지 정부가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맞섰다. 이위원장은 “정부는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을 배후에서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적어도 2002년말까지 자력회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금감위원장은 노사정위 회의에서 “정부가 개입했다면 김상훈(金商勳) 국민은행장이 오늘 새벽 ‘합병 논의 일시중단’을 선언할 수 있었겠느냐”며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에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금감위원장은 또 “국민 주택은행은 우량은행이 아니라 잠재 부실은행”이라며 “두 은행 행장들이 노조에 △자연감소 △희망퇴직 △신규사업진출 등으로 강제해직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도 노조가 합병을 가로막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금감위원장은 또 “지주회사의 내년 10월 재편은 반드시 실천될 것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 컨설팅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금융노조위원장은 노사정위가 끝난 뒤 △우량은행간 합병은 노사간 합의에 따른다는 올 7월 노사정 합의정신을 어겨 가며 정부가 국민 주택은행 합병에 개입하고 있으며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을 내년 10월에 ‘헤쳐 모여’ 시킨다면 지금 우량은행에 흡수 합병시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한편 주택은행 노동조합은 14일 오후 늦게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병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갖는 등 집회를 계속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김상훈 행장이 14일 0시경 ‘합병 논의 일시중단’을 선언하자 행장실 앞 점거 농성을 35시간여 만인 오전 5시에 풀었다.

그러나 김행장은 노조가 요구하던 ‘합병 취소 선언’을 끝까지 거부했고 노조도 합병 재개 조짐이 있을 경우 즉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맞서 양 은행의 합병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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