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창원 농민 "철새 피해 더는 못참아"

  • 입력 2000년 12월 12일 21시 39분


올해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아온 3만여 마리의 철새들은 어느 때 보다 힘든 겨울나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수지 인근 농민들이 12일 논에 보리를 심고 새들이 보리를 쪼아 먹는 것을 막기 위해 농경지 주변에 폭음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철새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는데도 행정당국이 농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려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동읍 월잠청년회(회장 권영규·權永奎)는 이날 “저수지 인근 논에 파종한 보리를 보호하기 위해 폭음기 10대를 구입했으며 주민들의 요구를 창원시에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 폭음기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년회는 폭음기 1대를 주남저수지 전망대 앞 논에 설치하고 ‘시험가동’을 한 뒤 철거했다. 이 청년회는 “철새들로 인해 생기는 피해에 대한 직간접적인 보상이 전혀 없으며 저수지 인근의 건축과 토지 형질변경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해 재산권 행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회는 지난 3일부터 주남저수지 인근 16만여평의 논을 갈아엎고 이 중 7만5000여평에 보리와 호밀을 심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농민들이 입는 피해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혜택을 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그러나 폭음기를 가동하면 조수보호법 등 관련 법규에 저촉돼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한편 창원시는 철새들의 먹이 확보를 위해 일정 금액을 주고 보리를 심은 농지를 빌리는 ‘농지 계절 임차제’를 내년부터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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