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내 '정동영 규탄'시위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1분


요즘 민주당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과연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에 대해 2선퇴진을 주장했던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두 번이나 당내 중간 간부들에 의해 수난 봉변을 당했다는 보도다. 권최고위원과 가깝거나 그를 미는 중앙당 사무처 부위원장급 20여명이 7일에 이어 11일에도 최고위원회 회의실 주변에서 ‘정동영 최고위원 규탄’ 시위를 벌였다는 것이다.

다 알려진 것처럼 정최고위원은 지난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제2의 김현철사태’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권최고위원을 둘러싼 여러 소문이 번지는 데 대해 우려한 장본인이다. 집권당 핵심부가 국정 난맥의 원인과 처방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둘러싸고 당의 아래 간부들이 ‘시위’로 맞선다는 것은 볼썽사납고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고위원의 애당(愛黨) 충정 발언을 놓고 당의 중간 간부들이 그런 비민주적 방식으로 몰아붙이는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최고위원으로서 당연히 할말을 했는데 무슨 불만이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그렇게 떼를 지어 ‘세’를 과시하는 것은 과거 야당시절에나 통하던 구태(舊態)다.

정최고위원의 말마따나 “이런 식의 대응이라면 집권당의 단합도 쇄신도 안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모처럼 ‘쓴소리’를 한 인사에 대해 그런 몰아붙이기가 벌어지는 판에 어디서 트인 언로(言路)를 기대할 것인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당내 갈등으로 당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각종 인사에의 개입 및 비리연루설 등으로 지탄을 받아온 이른바 ‘동교동계’ 실세들이 친권(親權)이니, 반권(反權)이니 하며 내분양상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최고위원들과 마찰을 빚어온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이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3대 개혁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나 아직도 완전한 당론조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또 다른 주요 법률개정안과 예산 등 국정 현안이 쌓여 있는 가운데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공무(公務)에 등돌린 것을 국민은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대통령의 귀국 이후 국정쇄신 조처가 취해진다고 하나 무엇보다 집권당의 위아래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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