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 '자민련 교섭단체'가 급한가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01분


새해예산안처리 등을 위한 제216회 임시국회가 어제 개회됐으나 의사일정과 법안처리문제 등에 대한 여야(與野)의 입장차이로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법날치기와 검찰수뇌탄핵안 파동으로 40여일을 허비했던 지난 정기국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티격태격하는 여야의 모습이란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여야는 우선 내년도 예산안처리문제에서부터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안을 올 수준인 92조원으로 동결하면서 여기에 관치금융청산법 등 5개 법안을 연계처리하려는 입장인데 비해 민주당은 정부 원안대로 가급적 빨리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예산안처리의 완급이 아니다. 국회가 예산안 내용을 얼마나 신중히 검토하고 따져 한푼이라도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여야가 이같은 평범한 원칙을 명심한다면 구태여 서로 언성을 높이며 대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교섭단체구성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기 위해 제출한 국회법개정문제가 또 여야격돌의 불씨가 될 것 같다. 총선 민의를 왜곡하는 이 개정안 때문에 정기국회가 장기간 파행됐던 것인데 민주당측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물론 민주당과 자민련 사이에는 공조복원이 절박한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논란이 불보듯 뻔한 그 개정안을 다시 내놓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이번 임시국회에는 이밖에도 정치권이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법안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일련의 검찰중립화 관련 법안들을 이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정부조직법 국가보안법개정문제 등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많은 법안들도 적지 않다. 이번 임시국회야말로 여야가 어느 때보다도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국회의원 개개인도 어느 회기때보다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임시국회기간중에 출국할 계획으로 있는 여야 의원들이 5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외유에 나서는 의원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변명이 있겠지만 아무리 공적으로 사전에 약속된 여행이라 해도 국회의원에게는 국정심의가 최우선적인 일이다. 이번 임시국회에 조금이라도 차질을 가져오는 외유라면 자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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