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유상철 '한-일전 내게 맡겨라'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0분


98년 10월31일 수원종합운동장.

수원 삼성의 승리로 프로축구 정규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이 끝난 후 유상철(29·당시 울산 현대)은 의자에 허탈하게 앉아 상처투성이인 정강이를 내보이며 “다시는 스트라이커 안 할 거예요”라고 신음하듯 내뱉었다. 정규 리그 20경기에 출전, 14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도 힘들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

그후 2년여. 10일 일본 프로축구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유상철의 목소리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골이라는 게 마치 마약같아요. 한 번 맛보기 시작하면 여전히 떼기 어렵거든요. 결국 일본에서도 줄곧 골잡이로 활약하게 되더라고요.”

유상철은 9일 일본 프로축구 전후기리그 1위팀이 맞붙은 정규 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끝내 득점에 실패, 팀이 0―3으로 지는 바람에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올시즌 나비스코컵에서 5골을 넣어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데 이어 정규 리그에서도 17골로 득점 공동 3위를 마크했다. ‘유상철의 요코하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맹활약이었다.

유상철은 올 시즌을 끝으로 유럽으로 축구 무대를 옮길 계획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국내는 물론 일본 축구팬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길 계획이다. 20일 한일 축구친선경기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펼쳐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겠다는 것.

“일본 축구가 많이 발전했지만 한일전은 변수가 많은 특별한 경기예요. 일본 수비 라인을 뚫는 방법은 아무래도 J리그파가 가장 잘 알죠. 훌륭한 경기 내용으로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아울러 유상철은 이 기회에 국내팬의 일부 자신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다. “사실 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죠. 팔방미인이라는 칭찬부터 결정적일 때 실수를 한다는 비판까지. 그러나 선수가 늘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현재 컨디션이 최상인 만큼 개인적으로 자신있습니다.”

유상철은 18일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13일 천황배에 출전하지만 남은 기간 부상에 신경을 쓰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겠다는 다짐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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