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겨울철새 "잡아야" "보호해야" 논란

  • 입력 2000년 12월 8일 00시 23분


전남 순천시 해룡면과 별량면 일대 순천만 참고막 양식장에 날아든 겨울철새 퇴치 문제를 놓고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7일 이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하수종말처리장이 준공된 이후 순천만이 맑아지면서 10년만에 서식하기 시작한 참고막 종패를 10월 중순부터 날아든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 수만마리가 마구 먹어치워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어민들은 일부 양식장 뻘위에 2m 높이의 ‘오리그물’을 치고 바지선 5대에 총소리가 나는 ‘새쫓는 기계’를 설치해 오리떼를 쫓고 있지만 잠시 흩어졌다 모여드는 오리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어민 정모씨(38·해룡면 상내리)는 “온갖 방법을 써보았지만 수만마리의 오리떼를 쫓아내기가 역부족이어서 순천시에 ‘유해조수 포획 허가’를 요청했다”며 “종패살포에만 수억원을 쏟아부은 만큼 종패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 일대가 수렵금지 구역인데다 포획허가를 내줄 경우 양식장 인근 갈대밭에 날아든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저어새 등의 밀렵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이 일대에서 오리 6마리를 잡아 확인한 결과 모래주머니에서 패류 종패가 많이 나왔다”며 “희귀철새 도래지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조건으로 포획허가를 내주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