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유해 음식 먹이느니…"차라리 아이를 굶기겠어요"

  • 입력 2000년 12월 6일 19시 05분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의 건강한 고집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걸리는 갖가지 질병은 식습관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식들의 건강한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부모들이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역시 환경문제예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주부 김순영씨(35)의 큰아들 서윤호군(5)은 같은 또래 친구들이 많이 앓고 있는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온몸이 가려워 긁게 되면 반점과 함께 물집이 생기며 심하면 비염 천식 등으로 발전하는 질환.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긁지 못하게 말려야하는 부모들로서는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유아 10명 중 7, 8명이 앓고 있다는 아토피성 질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환경병으로 보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의 근원을 캐다 보니 이같은 진단에 공감하게 됐어요.”

두 아들의 건강을 걱정하던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환경정의시민연대 산하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다지모)’의 열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 자식을 건강하게 키워보자며 시작했지만 유해환경이나 유해농산물 조사 등에 나서게 되면서 전체 환경 문제에 눈뜨게 됐다.

이들은 발로 뛰어 습득한 정보를 생활에서 철저히 지키고 있는 ‘실천파’. 가공식품은 절대 사절이고 우리 농산물을 담백하게 섭취하도록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씨가 팀장을 맡고 있는 ‘출판팀’은 농산물 축산물 인스턴트식품 양념류 등의 먹을거리 중에서 감자 과자 과일 쌀 등 아이들이 주로 먹는 39가지에 대한 ‘족보’를 5월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7명의 팀원은 식음료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식문화 서적류를 뒤지는 한편 전문가와 전화 및 방문면담을 통해 기초자료를 꾸준히 모았다. 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유기농 농장에서 현장체험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례 토론회를 열었다.

“엄마가 편리한 것을 찾게 되고 아이들도 좋아하니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하게 됐어요. 올바른 식문화가 정착되려면 단순히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김씨와 팀원들은 농약과 항생제로 범벅이 된 유해 농축수산물의 선별법을 포함해 식습관을 변화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뜻 있는 부모들과 함께 식문화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려서 먹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 정말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먹을거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지요. 하지만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사회 전체의 식문화가 개선돼야 합니다”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팀원들은 이같은 바람을 담은 자료집을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아이를 해치는 음식 39가지’(시공사)라는 책으로 펴내고 7일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아이를 위한 7가지 먹을거리 원칙

1. 외식을 피하고 집에서 안전하고 믿 을 수 있는 재료로 조리하자.

2.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나오는 야채와 과일이 좋다.

3. 수입식품은 재료와 유통 과정을 대부 분 믿을 수 없으므로 일단 의심하라.

4. 식품을 사기 전 주성분의 원산지와 첨가물 과다 사용 여부를 꼼꼼히 점 검한다.

5. 간식을 고를 때 엄마의 선택을 강요 하지 말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선택 기준을 설명한다.

6.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는 육류 비중 을 낮추고 식물성으로 보완한다.

7.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까지 식품 첨가물과 단맛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

에게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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