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팔색조' 조계현은 두산에 남고 싶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7시 30분


'팔색조' 조계현(36)은 두산에 잔류할 것인가?

조계현의 우선 협상마감일(6일)시한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

두산 구단은 5,400만원이던 연봉을 지난해 삼성에서 받았던 1억800만원 선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카드를 내밀었다. 반면 조계현은 구체적인 조건은 제시하지 않은채 구단의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두산의 잔류쪽으로 기울고 있다. 무엇보다 섭섭하게만 해주지 않는다면 팀에 남겠다는 조계현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또 조계현이 올해 제2의 야구인생을 꽃피우게 해준 은사 김인식 감독의 품을 매정하게 떠나기도 어렵다.

조계현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www.palsaekjo.com)에 "2000프로야구가 끝나던 그날 야구를 시작한 이후 야구장에서 울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며 "두산에 남고 싶은건 모든 현실을 종합한 바램이며 그렇게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

조계현이 현재 어떤 심정으로 FA계약에 임하고 있는지, 그의 진정한 바램이 무엇인지를 엿볼수 있는 최근 메모 2편을 소개한다.

▼11월 30일-안녕하세요 조계현입니다▼

작년 이맘때가 새삼 떠오릅니다. 내가 프로선수라는걸 절실하게 느꼈을때 였지요. 한해의 성적으로 다음해 연봉이 정해지죠.그렇기에 성적이 없었던 전 제 스스로도 힘이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내 삶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야구였기에 정말 좋아해서 야구를 했고 야구 때문에 행복했고 야구 때문에 웃었고….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야구 때문에 울었습니다. 팀에서 선수로서의 은퇴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안정된 길의 여러조건들을 제의해 오기도 했지요. 잠시는 혼돈되기도 했지만 도저히 자존심이….(중략)

존경하는 은사님을 내 스스로 찾았고 그렇게해서 새 둥지에 집도 지었고…. 누구보다도 새천년을 기다리며 그 어떤 해보다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올 한해 절반의 성공은 했고 이제 또다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작년보다 지금은 행복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적어도 야구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하니까.

그러나 어쩌면 작년보다 더 힘든 과정은 지금 겪고 있습니다. 오기와 자존심 하나로 연봉 하한가도 말 한마디 못하고 받아들였고

올 한해 팀을 위해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어떠한 결과는 분명 나올겁니다

팬 여러분, 조계현은 분명 존재합니다. 잘 지켜봐 주십시오.

▼11월27일-야구선수 조계현입니다▼

팬 여러분 제 거취문제가 제일 궁금하시죠. 대답은 저도 모릅니다.2차면담까지 가졌고 지금 3차면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릴수 있는건 두산과의 계약에 전 최선을 다할거구

또 제 나름대로는 그렇게 될거라는 확신합니다.

적은 돈을 투자해서 많은 이익을 내는것이 기업 논리고 또 당연한 이론이겠지요. 반면 냉혹한 프로의 무대에서 연봉으로 가치기준이 되는 현실속에서 몸값의 기준치를 높이고 싶은게 선수이구요.

구단은 덜 주고 싶은거구 선수는 더 받고 싶은거구. 그래서 연봉협상이지 연봉싸움이 아닌겁니다. 계약이 완료될때까지 지금은 단지 그 과정일뿐입니다. 물론 결과가 전혀 아닐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거기까지는 생각할 필요는 없고….

두산에 남고 싶은건 모든 현실을 종합한 제 바램입니다. 그렇기에 분명 전 노력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수가 자기를 위해 기립박수 쳐 주는 팬들을 외면하겠습니까? 절 무던히도 지지해주시는 팬 여러분께는 감사드린다는 말외에….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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