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올 장애인 인권상 정강용씨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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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산림환경연구소에 근무하는 정강용(鄭綱溶·38·지체장애 3급)씨만큼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사람도 드물다.

정씨는 7년간 법정투쟁을 벌여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 위헌판결을 받았고 지난달엔 대전고법에서 93년 치러진 충남 지방공무원 7급 행정직 시험의 불합격 취소처분 최종 판결을 받아낸 인물. 10세에 폭발물 사고로 왼쪽 손목이 잘린 그는 서울 경기고, 충남대 행정학과를 거쳐 군 면제를 받은 뒤 기업체와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88년부터 6년간 약 20차례나 면접 시험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93년 충남 7급 행정직 시험에서 합격선에 들고도 군가산점(5점) 때문에 낙방하자 그는 법에 호소했다. 7년간의 외로운 싸움. “대전고법 대법 헌재 등을 오가며 제출한 관련 서류를 쌓으면 10m나 될 만큼 방대한 자료를 변호사 도움없이 혼자 수집하고 법전을 뒤지며 소장 등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도청측은 정씨를 내년 2월경 7급 행정직으로 발령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5년부터 도청측 ‘배려(?)’로 위생원(기능직9급)으로 일해 왔다. 그의 대학 동기중에는 17명이 7급 행정직으로 공직에 진출, 일부는 승진까지 했다. 그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 ‘한국장애인 인권현장 선포 2주년 기념식’에서 장애인인권상을 받았다. 그는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에겐 공정하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복지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일할 기회를 주고 일할 능력이 없고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정부가 보살펴야 한다”는 것.

정씨는 “손해배상 소송이나, 7년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하는 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고 솔직히 지친 상태”라면서 “심신이 안정되면 그간의 과정을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행사에서 장애인 인권상담에 앞장서 온 황기연(黃琦淵·지체장애 1급)장애인신문 대전충남지사장과 여성장애인 성폭행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강릉여성의 전화’도 장애인인권상을 받았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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