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단기예금비중 감소세로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올해 내내 금융권을 짓눌렀던 자금 단기화 현상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동안 예금부분보장제 시행방안이 불투명하고 금융기관 처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을 단기로 운용해왔던 투자자들이 이같은 변수들이 하나 둘씩 해결되면서 장기 운용처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 특히 내년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액자금의 제자리 찾기도 가세하면서 연말로 접어들수록 이같은 추세는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은행 등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수신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전체 신규예금 중 51%를 차지했던 6개월 미만 단기예금은 이후 급속히 증가해 지난 9월 61.2%까지 상승했으나 10월 들어 52.6%로 큰 폭으로 비중이 줄었다. 반면 1년∼3년짜리 정기예금 수신비중은 올 1월 32.1%에서 9월까지 25.8%로 꾸준히 줄어들다가 10월들어 31.4%로 늘었다.

시중은행들도 예금이 단기화되면서 대출기간과 만기가 일치되지 않아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들어 1년 이상의 경우 우대금리를 얹어주며 장기화를 유도하고 있다.

한은 박천일조사역은 “예금부분보장제와 부실금융기관 처리 등 불투명했던 변수들이 모두 정리됨에 따라 그동안 단기로 운용되던 자금들이 장기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금융시장의 불안요인 중 하나였던 단기부동화가 개선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대해 금융연구원 지동현연구위원은 “정기예금 수신이 장기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 자금들이 기업 자금화할 수 있는 회사채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야 금융권 단기부동화 현상이 완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직은 이를 단언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 투신권에서는 11월 들어 25일까지 9조245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은행권으로는 같은 기간 10조6872억원이 몰려들어 자금의 은행 집중화 현상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고자금도 이 기간동안 1조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동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은행 장기예금으로 몰린 자금이 기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은행권에서만 맴도는 현상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자금흐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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