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필로우 북>,화가출신 감독의 탐미적 영상 돋보여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51분


“인생의 두 기쁨은 육체의 기쁨과 문학의 기쁨.” 일본 중세시대의 궁녀 세이 쇼나곤이 쓴 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필로우 북(The Pillow Book)’은 쇼나곤이 노래했던 ‘육체의 기쁨과 문학의 기쁨’을 몸에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하나로 통합한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등 결코 대중적이지 않으나 소수의 지지를 받는 영화를 만들어온 영국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서예의 장식미를 육체의 관능에 연결시키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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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키코(비비안 우)는 생일마다 얼굴에 이름을 붓으로 써준 서예가 아버지와 고모가 읽어준 세이 쇼나곤의 책 ‘필로우 북’에 대한 기억을 자양분 삼아 자란다. 성인이 된 뒤 남자가 몸에 글씨를 써주는 행위를 통해 성적 관능을 충족하던 나키코는 종이가 아닌 붓이 되어보라는 제롬(이완 맥그리거)의 충고를 듣고 자신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너웨이의 영화들 중 비교적 이야기가 살아있는 편이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 이야기는 갈짓자로 헤맨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화가출신인 그리너웨이의 비주얼한 영상. 일본 소니사의 HD TV 기술에 힘입은 잦은 화면분할은 동시에 여러 개의 이미지가 스쳐가는 화면으로 보는 이를 매혹한다. 2일 개봉. 18세 이상.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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