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석/취업 시야를 넓혀라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36분


취직난이 극심할 때 대학 교단에 서 있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없다. 신규채용이 줄어 취업경쟁률은 몇십, 몇백대 1을 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실패를 거듭하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이나 절망감을 자주 접할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졸업했다고 정부가 공언한 것이 바로 엊그제였는데 이렇게 대량실업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니 학생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듯하다.

IMF 체제를 벗어나 아시아 국가 중 경제위기를 제일 먼저 극복했다고 정부가 자만했을 때 지각 있는 사람들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을 불안한 눈으로 보게 됐다. 한 예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해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되는 경제구조에서 경제위기는 언제나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취업난으로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대기업만 생각하지 말고 중소기업이나 중소제조업체도 염두에 두라고 필자는 권유한다. 이른바 3D업종에 외국인 근로자 20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3D업종 자리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해준 것이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줘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시련과 굶주림을 겪고 오늘날 이만한 경제발전을 이뤄낸 것은 지금의 3D업종을 넘어선 기성세대들의 악전고투의 결실이라는 점을 젊은이들은 기억해야 한다. 경기가 다시 상승할 때까지만이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는 일을 젊은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말은 우리가 아직 배부를 때 하는 소리다.

가정형편이 여유가 있으면 유학을 떠나 좀더 높은 학문과 견문을 쌓는 것도 장래를 위해 좋다. 비교적 경제가 안정적이고 공부만 잘하면 장학금 혜택도 많고 양질의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미국 같은 나라가 좋다.

온갖 재정적 어려움을 딛고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계 정신 노동자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사람은 조국을 떠나 해외로 나가 성공하면 조국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 인구 비율로 따져 해외동포가 많은 순위는 이스라엘 중국 한국 순이다. 물론 중국에 나가 있는 단순한 육체 노동자들에 비해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일하는 한국계 정신 노동자는 많지 않지만 근래에 와서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국력은 나라 안의 창조적 인재와 해외에서 일하는 교포 인재를 합친 것이다.

졸업 후 인턴십이나 국내외 연수를 통해 자신을 좀더 연마하는 것도 좋다. 전자상거래, 네트워크 장비에 관한 각종기술 전문가 자격증과 특히 외국계 기업에서 요구하는 국제 컴퓨터 전문가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외국어, 특히 영어공부도 심도 있게 해야 한다. 세계화에서 한 나라의 성공 여부는 기술전문가는 물론 언어문화적으로 다변화한 유능한 국제 사회인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취업문이 좁아졌다고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젊음의 패기와 의지가 있어야겠다.

박 명 석(단국대 교수·문화간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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