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섹스 중독 치료법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27분


한때 섹스 중독자들은 형틀과 단두대로 처벌을 받았다. 그동안 도덕적 문제로 취급됐던 섹스 중독이 이제는 의학적 문제가 되었다.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섹스 중독 역시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매사추세츠주의 매클린 병원에서 성도착증 환자들을 치료하며 연구하는 마틴 카프카 박사다(그는 유명 작가 프란츠 카프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카프카 박사는 일탈적인 성적 흥분이 끈질기게 계속되면서 발생하는 성도착증(노출증, 성욕도착증, 어린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소아성애 등)이 섹스 중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카프카 박사는 일주일에 40명의 환자를 진찰한다. 그들 가운데 증세가 가장 심각한 환자들은 먹이를 찾아 다니는 동물처럼 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강박적으로 포르노를 보거나 매춘부를 찾는 사람들, 한 여자만을 사귀지 못하는 사람들은 증세가 가벼운 편에 속한다. 이 두 가지 부류의 중간쯤에 속하는 것은 남의 집 침실을 몰래 엿보거나 길거리에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카프카 박사는 원래 매클린 병원에서 식사장애로 고생하는 여성들의 치료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병원 측이 성범죄자를 받아들인 후 다른 곳에 비어 있는 병상이 없다며 그를 식사장애 병동으로 보냈다. 카프카 박사는 이 성범죄자를 보면서 식사장애와 섹스 중독이 모두 욕망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식사장애 환자들과 섹스 중독 환자들의 성별 분포를 보면 식사장애 환자들 중 95%가 여성이고 남성은 5%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섹스 중독 환자들의 성별 분포는 이와 정확하게 반대를 이루고 있다.

카프카 박사는 자위행위의 횟수와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횟수가 일주일에 여섯 번을 넘으면 일단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성도착증 환자인 줄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남성의 33%가 강간에 관한 공상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남성들과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로 기소 당한 사람들에게 일탈적인 자극을 주는 이미지를 보여준 다음 음경의 팽창정도를 측정한 결과 정상적인 남성의 28%가 성적인 흥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 중 일부는 어린이와 관련된 성적인 이미지를 보고 흥분을 느낀 것이었다.

흔히 과도한 성적 흥분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카프카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주범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69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학자들은 혈액과 뇌 속의 세로토닌 양을 줄이는 물질을 쥐에게 주사하자 쥐들이 성적 흥분을 보이는 것을 밝혀 냈다. 반면 세로토닌이 가미된 먹이를 먹은 쥐들은 성적인 욕망을 거의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동물들의 수컷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교미를 하기 전에는 도파민이 증가하고 세로토닌이 감소하는 반면, 교미를 한 후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세로토닌의 결핍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카프카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프로잭이나 셀렉사 같은 우울증 약들을 처방한다. 카프카 박사는 자신의 방법이 환자들을 거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탈적인 요인들만 제거하고 정상적인 성은 남겨놓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미 여러 번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빌 모릴(49)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는 카프카 박사의 처방에 따라 셀렉사를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성기능 자체를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모릴씨는 섹스 중독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자신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그가 처음으로 걷잡을 수 없는 성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30대 때였다. 그 후 성욕은 강해지기만 했다. 그는 기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매춘부들을 찾아다녔고, 버스 정류장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행위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언제라도 재빨리 매춘부를 끌어들여 관계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승합차 뒷좌석에 아예 매트리스를 싣고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47세 때 그는 18세 소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그것이 가장 비열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 자살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의사를 찾아가 거세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카프카 박사를 만났다. 그는 “(카프카 박사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19mag―sexaddic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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