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오스트리아 청중 매료시킨 '코리아'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1분


폴란드 작곡계 거장이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작곡한 교향곡을 한국인이 지휘하고 체코의 교향악단이 연주했다. 객석을 메운 오스트리아인들은 갈채를 보냈다.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의 이동이 진한 공감을 빚어내는 순간이었다.

25일 저녁 오스트리아 빈 근교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주도(州都) 장크트 텐. 시내 중심의 축제극장(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는 장윤성(울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 지휘하고 체코 야나체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펜데레츠키 교향곡 5번 ‘코리아’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는 장씨가 추진 중인 교향곡 ‘코리아’ 유럽 순회연주의 일환. (본지 11월23일자 C7면에 보도)

이날 장씨의 절제된 지휘봉은 작품의 건축적인 설계를 튼튼하게 뒷받침했다.연주에 참가한 야나체크 필하모니의 얀 할리스카 행정감독은 “장씨는 훌륭한 테크닉과 열정을 갖춘 지휘자다. 빠른 시일안에 그를 수석 객원지휘자로 영입할 계획이며 단원들도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야나체크 필하모니는 현의 정밀한 앙상블과 안정된 금관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1954년 체코 라디오 교향악단을 모태로 창단된 야나체크 필하모니는 바츨라프 노이만 등 대지휘자 아래서 체코의 대표적 교향악단 중 하나로 성장했다.

연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 김미경이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도 연주됐다.

오스트리아 청중들은 “현대음악 거장 펜데레츠키에게 극동의 한국을 소재로 한 대교향곡이 있는 줄 몰랐다”며 “핍박받는 민족의 아픔을 음악적으로 잘 승화시켜 공감이 컸다”고 말했다. ‘코리아’는 한국 국제문화교류협회가 광복 47주년을 기념해 1992년 팬데레츠키에게 위촉해 작곡한 작품. 올해 서울 아셈문화축전에서도 팬데레츠키가 서울시향을 지휘해 ‘코리아’를 선보인 바 있어 한국 팬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연주회에는 심완구 울산시장, 최상덕 주 오스트리아 대사와 에르빈 프뢸 니더외스트라이히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심 시장과 프뢸 주지사는 울산과 니더외스트라이히 사이의 교류협정에 관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빈〓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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