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특별대담]"축구계 부실 놔두고 월드컵 16강이라니"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3시 50분


시드니올림픽 8강진출 좌절, 레바논 아시안컵 부진, 이란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예선 탈락….

한국축구 위기론을 증폭시키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축구인들조차 "이대로 가면 2002년 월드컵서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동아' 12월호에 실린 신문선 MBC 축구해설위원과 허승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한국축구 심층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한국 축구의 부실구조를 강도높게 비판해왔던 축구계의 '재야인사'다.

【신동아 12월호】

신문선-허승표 대담 전문보기

신문선 위원은 한국 축구의 추락을 '예견됐던 인재'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유의 '자전거론'을 근거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신위원은 '자전거의 앞바퀴는 프로축구고, 뒷바퀴는 대표팀이어야 자연스럽게 굴러가는데, 한국은 거꾸로 돼 있다'고 말했다. 앞바퀴(대표팀)로 근근히 버티다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면서 '펑크'가 났고, 자전거가 굴러갈 수 없는 지경으로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신문선 위원은 축구계의 5대 부실구조(선수, 감독, 심판, 협회, 팬) 가운데 협회의 무능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 집행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기업이 망하면 오너가 책임을 지는 것처럼, 한국축구의 추락에 대해 정몽준 회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 체제는 계획이 없기 때문에 평가할 수도 없고,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도 없는 부실한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선 위원은 축구팬의 의식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순수성이 왜곡되고 있다"며 "축구협회는 팬에게 정확한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팬은 그것을 토대로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따라서 '붉은 악마'는 축구협회 건물에서 나와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허승표 전부회장은 한국 축구의 부진이 투자를 외면한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유소년 클럽시스템을 운영한 반면, 한국은 눈앞의 성과만을 위해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프로축구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편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는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승표 전부회장은 외국인 지도자 영입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을 1년 6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외국인보다는 한국 사람이 좋다. 하지만 꼭 외국인을 영입해야 한다면, 이름값보다 한국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유명세만 믿고 스타 감독을 데려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육성철/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