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율 1167원…금융시장 '술렁'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환율이 폭등하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1일 금융시장은 원화가치 주가 채권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전형적인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13.5원 상승한 1167.5원을 기록, 지난해 11월23일(1170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17일 1141.8원에서 이틀만에 25.7원이 오른 셈.

원화환율은 대만 일본 등 동남아 통화불안,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의 투기적 달러화 매수에다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 오전 한때 1172원까지 급등했다.

외환당국은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77억달러에 이르는 데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입이 7억달러에 달해 수급(需給)에는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심리를 완전히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계속 급등할 경우 물가불안 및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가 합동 대책회의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비추면서 다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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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陳稔)재경부 장관은 “NDF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보인다”며 “정부는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시장원리를 벗어날 만큼의 환율조작이나 투기적 행태에 대해 별도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우려, 주식의 손절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5.95포인트(1.11%) 하락한 531.45로 마감,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코스닥종합지수도 전날보다 1.47포인트(1.83%) 내린 78.7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물량에 프로그램 매도세가 가세하며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515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77억원과 793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수출 비중이 90%를 넘는 동미테크 반포텍 한신코퍼레이션 등 ‘환율 상승 수혜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자금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짜리 유통수익률이 전날보다 0.07%포인트 오른 연 7.32%, 통안채 2년짜리가 0.09%포인트 상승한 연 7.3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 21일 금리상승은 환율급등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경준·최영해·홍석민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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