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골프 회동으로 표류하는 제도개선위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1시 39분


'선수들의 권익보다 골프가 더 중요하다?'

프로야구 제도개선위원회가 몇몇 야구인들의 '골프잔치'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7일로 예정된 제도개선위원회가 당일 프로야구 골프대회와 겹친다는 이유로 일정을 28일로 변경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 선수협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된 골프모임은 '2000 야구인 골프대회'

매년 해당연도 코리안시리즈우승팀이 경비일체를 부담해 개최해 왔다.

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KBO와 각구단 관계자들 대부분이 이번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겨울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됐던 선수협의회는 오랜 진통을 겪다가 정부의 주선 아래 어렵사리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켰고 10월20일 처음 KBO와 구단대표, 공익대표 등과 한 자리에 모였었다.

당시 제도개선위 1차회의에서 KBO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27일 두번째 회의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안건을 확정짓고 29일의 이사회에 이를 상정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KBO의 이같은 행태는 선수 권익보호 보다는 프로야구 고위관계자들의 골프 회동에 더욱 큰 비중을 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선수들은 제도개선위의 일정이 먼저 잡혔는데도 뒤늦게 확정된 골프모임 때문에 날짜를 바꾸자는 것은 KBO가 선수협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선수협은 "21일 중 모임을 갖고 KBO가 제시한 일정변경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학래 제도개선위원회장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제도개선위원회가 의결기구가 아니라 정부에 의견을 수렴해 건의하는 수준의 조직이라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갖지 못해 KBO와 선수협의 원만한 타협만 바랄뿐"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부측 실무부서인 문화관광부도 KBO의 태도에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사장들은 지난 해 골프장에서 잦은 밀실 행정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전례가 있다.

KBO는 일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골프 모임이 시급한 지, 프로야구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제도개선위원회가 중요한 지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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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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