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법적 공방戰에 손놓은 수작업 재검표

  • 입력 2000년 11월 16일 01시 22분


15일 오전 7시부터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의 재해대책본부(EOC)에서 열릴 예정이던 수작업 재검표는 꼬리를 문 법적 공방의 높은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투명한 유리로 사방을 둘러싼 재해대책본부 재검표 작업장에는 카운티 개표종사원 50명과 민주당과 공화당의 참관인 25명씩 50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캐서린 해리스 국무장관이 사실상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로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긴급청원을 내는 바람에 재검표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쟁점은 자국만 나고 구멍이 뚫리지 않은 투표지를 재검표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 등으로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유권해석이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

해리스 장관은 “수작업 재검표를 할 경우 표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앞서 주 선거당국이 개표결과 보고 시한으로 정한 14일 오후 찰스 버튼 판사와 캐럴 로버츠 등 선거감독위원 3명이 건물 앞 임시연단에서 공개회의를 열었다.

위원들은 보고 시한을 준수키로 하고 지금까지의 재개표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증해 주 당국에 통보하는 안을 의결하고 즉석에서 서명을 마친 뒤 설전을 벌인 끝에 수작업 재검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부시 후보 진영의 변호사 마크 월러스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출신의 캐럴 로버츠 위원은 “감옥행을 택하겠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선거감독위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15일 오전 7시부터 수작업 재검표를 하기로 ‘양다리 걸치기식’ 결정을 내린 뒤 회의를 마쳤다. 한편 USA투데이는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 중 65곳을 조사한 결과 개표를 기다리는 해외부재자표는 4039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현지 신문들은 57개 카운티 관리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개표예정인 해외부재자표는 7000표 정도로 1996년의 2300여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고 전했다.

<웨스트팜비치〓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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