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주간지 '미즈엔' 창간 이옥경씨

  • 입력 2000년 11월 12일 20시 53분


"아이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남편을 팔아야 하나?"

'40, 50대 주부를 위한 시사주간지' 를 내걸고 창간된 미즈엔 의 편집장 이옥경(李玉卿·52)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내일신문이 발행하는 '미즈엔' 의 이편집장은 '인권변호사 고 조영래(趙英來)씨의 부인' 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 고인은 지난해 사법연수원생들이 가장 이상적인 법조인으로 꼽았을 만큼 추앙받고 있고 12월 12일은 그의 10주기다.

"어딜가나 누구의 아내로 소개돼 왔지요. 지금까지도요. 20년간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남들은 고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함께 보냈던 그 삶의 궤적이 오늘 내가 이 잡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이편집장은 특히 "주부가 40세가 넘으면 삶과 인간관계를 보는 눈이 원숙해지는 반면 급변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매체가 없다" 며 '미즈엔' 이 이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재학중이던 70년 고 전태일(全泰壹)분신에 대한 독자투고를 동아일보에 냈고, 이 기고를 보고 찾아온 조영래씨와 만나기 시작했다. 조씨가 '전태일 평전' 을 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씨가 촉매역할을 한 셈. 13일은 전태일열사의 30주기이기도 하다.

"인권변호사로서 고인이 우리사회에 남긴 것 말고 남편으로서의 고인은 어떤 사람이었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이편집장은 "내게 남아있는 남편의 모습은 굉장히 가정적이고, 내 생일에 돈이 없으니까 귀후비개나 줄넘기를 사다주면서 '그렇다고 뚱뚱하다는 뜻은 아니다' 라고 쪽지를 써줄 만큼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다는 것" 이라며 눈물을 감추려는듯 애써 웃음지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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