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비만치료, 사회문화적 배경 고려를

  • 입력 2000년 11월 12일 20시 00분


비만은 전세계에서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막론하고 비만환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비만환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굶주림과 기근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비만인구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제 비만을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살을 빼도록 운동과 다이어트를 권유할 때 환자의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고려한 방법을 사용해야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백인 여성들보다 비만환자의 비율이 높은 미국 흑인 여성들의 경우 아름다움과 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전문가인 로니스 위버는 흑인 여성들의 자부심이 강하고 흑인 남성들은 여성들의 매력을 허리 사이즈로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오프라 윈프리가 뚱뚱했을 때가 더 나았다고 말하는 남자들도 있다" 고 말했다.

또한 고소득층에 비해 비만환자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인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빈민가는 고소득층 동네보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밤에 산책을 하기가 어려우며 운동시설의 숫자도 훨씬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식품점에서 팔고 있는 과일, 채소, 정백하지 않은 곡식으로 만든 빵, 지방을 제거한 우유 등의 가격도 고소득층 동네에 비해 더 비싸다. 품질도 많이 떨어진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 있는 'MRC 의료 사회학 유니트' 의 앤 엘러웨이 박사는 "사람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좋지만, 가게에서 팔고 있는 채소가 쭈글쭈글해진 당근밖에 없다면 다 소용없는 짓" 이라면서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이 "좀더 쉽게 운동을 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의료 심리학 교수인 낸시 애들러 박사는 비만 및 비만과 관련된 질병의 발병률이 저소득층에서 더 높은 것은 스트레스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실험실 동물들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결과들을 보면, 연구대상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많은 음식을 먹으며, 지방과 당분이 많은 음식을 몹시 탐을 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행히도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체중감소, 두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낼 수 있다. 따라서 시들어버린 당근 따위는 잊어버리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작은 일에서부터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http://www.nytimes.com/2000/11/07/science/07FA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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