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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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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재검표의 공정성을 믿는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자신이 패배하면 모든 법적 정치적 투쟁을 동원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두 후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검표 논란이 해결되도록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패배한 쪽은 지지자들에게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볼 때 부시 후보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재검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플로리다 시민들이 법적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지만 법원이 재투표를 명령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의적인 투표 방해와 투표용지의 위법성이 판명되지 않는 한 선거결과에 대한 신속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
선거에서 신속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번 플로리다 경우에는 많은 사람이 신속성보다는 공정성에 관해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 어느 나라, 어떤 선거를 불문하고 공정성을 완벽하게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미국의 주(州)법과 연방 헌법은 불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재검표를 계기로 선거제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200년 이상 유지해온 미국의 헌정질서를 뒤엎으려는 시도는 결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총 득표율에서 앞선 후보와 선거인단 확보에 앞선 후보가 다를 경우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선거제도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전통인 양당 제도를 지켜온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리〓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