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美대선 재검표로 국제금융시장 혼란

  • 입력 2000년 11월 10일 09시 12분


미국 제43대 대통령 선거가 사상 초유의 재검표에 들어가고, 부정선거 시비가 이는 등 예측불허의 혼미상태로 빠져들면서 국제금융 및 상품시장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8일(이하 현지시간)에 이어 9일에도 일제히 하락, 이틀째 약세를 기록했다.

불투명한 선거 결과로 인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물론 이른바 '친(親)부시주'로 분류되는 제약 담배 에너지 종목이 대거 포진해 있는 다우지수도 72.81포인트(0.67%) 하락한 10834.25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의 금융시장들도 전날에 이어 9일에도 유로화 가치와 주가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이어갔다. 미국 선거의 불확실성으로 유로가치가 다시 유로당 85.50센트로 떨어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시장 개입을 단행, 겨우 86.25센트대로 올려놓았다.

유로화는 지난 8일 미국 언론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보도한 직후 5센트 가량 하락하다 플로리다주 재검표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자 하락세를 멈추고 86센트대로 올라서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의 증시도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플로리다를 주시하는 가운데 약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의 FTSE 지수는 9일 6442.2로 전날보다 35.2포인트(0.54%) 하락했으며, 파리의 CAC 40지수는 1.02% 떨어진 6271.15로,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도 0.71% 하락한 6959.50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상품시장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부시의 당락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대선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투자를 유보함으로써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런던상품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12월물은 9일 전날의 배럴당 31.32달러에 비해 소폭 오른 31.36달러에 가격이 형성됐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아시아 주식시장은 전일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과 중국, 미국과 북한 등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등 동북아 정치상황이 불안하게 전개될 것이란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부시의 당선 보도가 나온 지난 8일 오후 항셍지수가 순식간에 365포인트 폭락(종가기준은 -166.66포인트)한 데 이어 9일에는 무려 4103..33포인트(26.21%)가 폭락한 11,550.80에 장을 마감했다.

홍콩언론들은 홍콩이 전세계 주요 주식시장 가운데 부시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 보도가 가장 큰 악재가 된 곳이라고 전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 225 지수도 9일 339.59엔(2.21%)이 급락하며 15,060.05에 장을 마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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