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시각장애학생으로 구성된 세광브라스밴드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그들 앞에는 악보와 지휘자가 없다. 그래도 청중에게는 어느 유명 관현악단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세광학교(광주 서구 덕흥동) 초중고등부 학생 17명으로 구성된 세광브라스밴드. 창단 9년째를 맞았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단원이 7명이고 나머지는 시력이 아주 미미한 학생들이다.

광주지역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쌓아 이제 장애인 관련단체 행사 때마다 등장한다. 지난달에는 제21회 ‘흰 지팡이의 날’ 행사에 초청받아 최신 유행곡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들의 빛 바랜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가 토해내는 선율은 여느 정상인의 브라스밴드 못지 않게 우렁차다. 악단장인 김인락군(17·고등부 2년)은 “연주가 끝난 뒤 박수소리를 들을 때면 우리도 뭔가 베풀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이들은 정상인보다 몇 배나 힘든 연습과정을 거친다.

김영원(金永元·31)지도교사가 금관 목관 타악기 등 파트별 음악을 일일이 녹음해 단원들에게 주면 단원들은 녹음 테이프를 수십번 반복해 듣고 머릿속에 악보를 익힌다. 김교사가 단원 모두 곡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합동연주에 들어간다.

이들이 한 곡을 익히는 데는 사흘 정도 걸린다. 주로 여름과 겨울방학 때 10일간 합숙훈련을 하면서 새 곡을 연습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는 앞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편견입니다.”

이 악단의 트럼펫 연주자이기도 한 김교사는 “무거운 악기를 챙겨 이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를 부르는 곳은 어디라도 달려가 희망의 선율을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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