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전화 목소리는 대체로 낭랑하다. 그들도 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는 있겠지만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안내를 듣고는 버튼을 하나씩 누르다 보면 9번까지 누를 때도 있다. 수화기를 들고 있는 것도 불편해 잠시 내려 놓는다.
세금 계산, 손톱 손질 등 자질구레한 일을 마치고 와인을 한 잔 마실 때쯤 수화기에서 교환원 목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하는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을 때에는 불행하게도 내가 왜 전화를 걸었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이렇듯 전화안내서비스는 가끔 나를 바보로 만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