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허리훈 총영사 뉴욕대회 완주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56분


“육순의 외교관이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허리훈(許利勳·62)뉴욕 총영사가 5일 미국 뉴욕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으로 출전, 전 구간을 완주해 화제가 되고 있다.

허총영사는 이날 3만5000여명의 건각들과 함께 뉴욕의 베라자노 다리를 출발해 퀸스와 브롱크스를 거쳐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골인 지점까지를 별 어려움 없이 주파했다. 출발 총성이 울릴 때부터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은 4시간25분이었지만 수만명이 출발점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기록은 4시간10분대. 허총영사가 60대의 나이로 마라톤 전 구간에 처음 도전한 것을 감안하면 기록을 떠나 완주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 셈이다.

“70년대부터 꾸준히 조깅을 해 왔기 때문에 완주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래 달리다 보니 발바닥과 허리가 아파 오더군요. 힘들 때는 잠시 쉬며 아픈 곳을 주무른 뒤 계속 달렸습니다.”허총영사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올 초부터 뉴욕의 로드 러너스클럽이 주관하는 마라톤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단축마라톤에 몇 차례 참가하는 등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이틀에 한번씩 짬을 내 10㎞씩을 내달리며 지구력을 길렀다.

그가 이번에 마라톤에 도전한 것은 건강관리와 함께 한인청소년모국방문사업추진위원회(KAYAC)를 후원하기 위한 것. 뉴욕 지역의 교민들은 허총영사가 1마일(약 1.6㎞)을 달릴 때마다 5∼100달러씩을 교포 1.5세와 2세들의 고국방문지원 경비로 기증키로 했다. 허총영사는 “현재 8만5000달러(약 9350만원)가 모금됐으며 지원 약속이 이어지고 있어 모두 10만달러 정도는 모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마라톤 완주를 통해 큰 성취감을 느꼈다는 그는 마라톤 예찬론을 잊지 않았다.

“달리기만큼 경제적인 운동은 없습니다. 언제든 시간만 내면 될 뿐 돈이 안 들지요. 게다가 성인병을 예방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허총영사는 이번에 다른 출전자들과는 달리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달렸다. 외교관으로서 늘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고국에서도 모두들 힘을 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달리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 동아마라톤에도 출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유엔 대표부의 서대원(徐大源·51)차석 대사도 출전해 지난해에 이어 완주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